Page 39 - 전시가이드 2020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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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빌리 차일디쉬, 침대위의 누드, 1989, 53.0×45.5cm (우)빌리 차일디쉬, 메드웨이강의 난파선, 2007, 40.9~
ADAGP 글로벌 저작권자로 등록되었다는 의미는 곧, 전 세계 조형미술 생태계에
작가 고유의 ‘개인 브랜드’를 정통 계보에 올림으로써 시장 경쟁력 및 인지도의 확장여부를
투명하게 추적할 수 있는 기대 효과를 동반한다.
차 시장)으로 구성된다. 미술시장은 이처럼 크게 이 두 개의 시장에 의해 움직
이지만, 우리가 알 수 있는 미술품 거래정보는 경매시장에 국한된다. 경매거 궁극적으로, 빌리 차일디쉬는 영국 출신으로써 자국의 저작권 시장인 【DACS】
래는 경매가 이루어짐과 동시에 미술품 거래가가 공개 되지만, 달러시장의 경 회원이면서 동시에 글로벌 곳곳에서 인지도가 높은【ADAGP 글로벌추급
우에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미술품 거래에 대한 공개의무가 없어 미술품 거래 권자】의 종신회원이라는 점에서, ‘글로벌 시장 경쟁력’이 보장된 작가이다.
정보가 모두 공개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가 접하게 되는 대다수의 ADAGP 글로벌저작권자 연합회 공식 사이트에 게재된 등록 페이지에서 주지
미술시장 분석 보고서들은 경매거래를 기반으로 한 것들이다. 그러나 경매시 할 수 있듯이, 녹색으로 체크된 ‘7대 저작권’ 전체를 보장받는 전형적인 ‘권리
장과 딜러시장은 별개의 시장이 아니라 작가의 작품가격 및 시장 트렌드 형성 주장 형’ 작가 군에 속한다. 이와 같이 빌리 차일디쉬가 선택한 특징을 눈 여겨
에 서로 밀접한 영향을 주고받는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빌리 차일디쉬의 ‘브 보면, 일반적인 영국계 작가들 거의 대부분이 <복제권>을 비롯한 나머지 권
랜드 가치’를 분석해보면, 일단 1차 시장에서는 대작 위주로 전시하는 빌리 차 리들을 포기하면서도 <재 판매권>만은 절대 고수하는, ‘증후군 성향’에서 탈
일디쉬의 경우에, 작품 판매 보다는 작품성을 선보이는 계기로 삼는다. 따라서 피했다는 점에서 그만의 독보적인 행보에 자못 귀추가 주목된다. 더군다나 점
소품 위주의 작품 판매는 주로 2차 시장을 통해서 거래된다. 진적으로 ≪글로벌 경매시장≫에서 영국계 작가들의 글로벌 시장 경쟁력이
강화되어가는 경향에 적극 편승함과 동시에, 견고한 <작품 유통> 시스템 속
구체적으로 예를 들어보자. 트레이시 에민과의 사랑의 흔적을 암시하는『침 에서 꾸준히 자신만의 지분을 확보해 나간다는 전략을 통해 빌리 차일디쉬 고
대 위의 누드(1989년작)』는, 53.0 x 45.5cm의 크기에 ≪필립스 경매≫를 통해 유의 독창적인 지혜가 돋보인다. 코로나 쇼크로 모든 것이 얼어붙은 현 시점
5000달러 정도의 감정가(한화, 약 650만원) 선에서 낙찰되었다. 또 다른 스타 에서, ‘사면초가’에 처한 우리 입장에 비춰 볼 때 그저 남의 떡처럼 맛있어 보이
일의 『메드웨이강의 난파선(2007년작)』은 40.9 x 27.3cm의 크기에 ≪니코 옥 면서 부럽기만 하다. 한편으로는, 때마침 들려오는 <재 판매권>에 대한 국내
션≫에서 4000파운드(한화, 약 600만원) 선에서 낙찰되었다. 따라서 빌리 차 입법화 추진 여론이 반갑기도 하다. 여전히 찬반 간의 ‘진영 논리’와 득실을 놓
일디쉬는 평균적으로 같은 크기의 작품 가격이 비슷한 수준에서 있으며, 그의 고 ‘이전 투구’하는 악성 바이러스에 감염된 우리 미술생태계가 아무쪼록 건강
작품들은 중·소형 경매소를 통해 매우 활발하게 유통되고 있다. 한 유기체로 부활할 수 있는 백신이 하루속히 개발되기를 간절히 소망해 본다
1) 라틴어로 ‘만인을 위한’이라는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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