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3 - 전시가이드 2020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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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청산수화, 10326 백령도 두무진-2, 73 x 112.5cm,  한지, 단청안료, 호분, 먹,  2017













           어 썼는데 양청에 호분을 섞어서 삼청(三靑, 하늘색)을, 석간주에 먹을 섞어서
           다자(茶紫, 진한 갈색)를, 주홍과 분을 섞어서 육색(肉色, 살색)을, 양록과 양청  면 2빛은 장단, 3빛은 주홍의 순으로 칠하듯이 장단-주홍-다자, 육색-주홍-다
           을 섞어서 하엽(荷葉, 초록)을 만들어 사용한다. 이러한 색이름도 시대의 변화    자, 양록-하엽-양청, 삼청-양청-먹, 석간주-다자-먹 등의 원칙을 지킨다. 채색
           에 따라 새롭게 나타났는데 양청이나 양록과 같이 양(洋)이란 글자가 들어간      이 완료되면 '먹기화'와 '시분' 작업으로 마무리를 하는데 먹기화 작업은 초빛
           색은 19세기 말 무렵 서양으로부터 안료를 수입을 하면서부터 생기게 되었다.     을 칠한 바깥 가장자리에 먹으로 둘레선을 긋는 작업이며, 시분 작업은 먹기
                                                          화 작업을 다한 다음에 먹 둘레선 안쪽으로 흰색 둘레선을 긋는 작업을 말한
           단청에서 색을 쓸 때에는 상록하단(上綠下丹)의 원칙을 따르고 있다. 외광(外     다. 먹기화와 시분은 옵티컬하고 입체적인 느낌을 강하게 하기 위한 것으로
           光)을 받지 않는 그늘진 곳, 즉 건물의 윗부분인 추녀, 서까래, 공포 등에는 녹  세필로 철사와 같이 날카롭고 가는 선을 속도감 있게 긋는 '철선법'으로 끝을
           색 계통의 색조로 칠하여 단청의 명도(明度)를 높이며 외광을 강하게 받는 부     이루면 모든 작업이 끝나게 된다.
           분, 즉 기둥이나 난간 등 건물의 아랫부분에는 붉은색 계통의 색조로 채색하
           는 것을 말한다. 소나무를 보면 윗쪽에는 사시사철 푸른 잎이 무성하고 아래      오방색은 전통적으로 단청이나 불화, 민화, 무속화에 많이 사용되었고, 현대
           쪽은 붉은 줄기가 있듯이 상록하단의 원칙에는 건축이란 인공물을 소나무와        회화에서도 많이 쓰이고 있다. 나의 경우 단청산수화를 작업할 때 단청에서 쓰
           같은 자연물로 인식하여 인간과 자연이 하나가 되어서 자연을 사랑하며 순응       이는 오방색의 강렬하고 신비스러운 느낌을 살리기 위해서 단청의 색상을 혼
           하고 조화를 이루고자 하는 자연합일 사상까지도 담겨있다.                합해서 쓰지않고 단청 본래의 색상을 그대로 사용한다. 오방색을 보고 있노라
                                                          면 따뜻함과 황홀함에 도취되어 오방색이 주는 기쁨과 행복을 만끽할 수 있으
           단청 채색은 초빛, 2빛, 3빛의 단계로 채색하는 휘채색법(gradation)을 적용  며, 단청뿐만 아니라 의식주 안에 많은 부분이 오방색으로 채워져 있어서 오
           하여 2단계 또는 3단계로 채색하는데 초빛은 밝은색, 2빛은 중간색, 3빛은 진   방색의 세계 속에 파묻혀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한색으로 단계별로 색띠(color stripe) 형태로 채색한다. 황을 초빛으로 칠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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