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9 - 2019년6월전시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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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새소리도 잦아든다.
타향에서 십여년이 흐르는 동안
한국에서 흉조로 여겼던 까마귀 울음소리는
힘차게 희망을 선사하는 반가운 새소리로 의미가 변했다.
무심코 까치로 생각하다가 청록빛 윤기를 뿜어내며
천진한 모습으로 당당하게 나무꼭대기에 앉은
새까만 까마귀의 자태를 발견하곤 슬그머니 미소가 나온다.
까마귀도 까치도 같은 노래를 하는 새 였다!
해바라기와 민들레 2019
로마서에 ‘만물이 주에게서 나오고 주로 말미암고 주에게로 돌아감이라’는 성
경말씀처럼 그에게로 온 것들을통해 자유를 얻고 그를 향한 2019년의 천리
지행 여정길에 나는 오늘도 즐거운 구도자로 서있다.
즐거운 속삭임Ⅱ(Delightful WhispersⅡ) 33×26×2cm mixed media on Hanji 2013
서양에서 살며 퓨젼 음식에 익숙해짐과 동시에 습관적인 동서양에대한 관념 간에서 외로이 펼치고 접으며 혼자만의 전시회를 열어놓고 서성거리던 지난
의 이분법적 사고는 어느덧 단어가 무색하리만치 흐려져버렸다. 그림에선 주 스무해... 미술에대한 담론과 고민은 삶의 경험 속에서 서서히 처음 그림그릴
로 사용하던 흑백, 이분 면, 패턴과 일루젼등 대립적 요소들이 점차 사라지고 때의 순수한 마음 안으로 잦아들었다. 해아래 새것이 없다는 자각과 작가로서
자연에서 얻은 색채와 선들이 원소화돼 섞여 어우러지고 재탄생되며 하나의 의 무력감 속에서도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은 무심하도록 제 할일을 하
이미지에 녹아들고있다. 위와 아래, 좌와 우로 나뉘던 경계들이 햇살을 관통 며 떠나고 또 다시 찾아왔다. 담장을 넘던 키 큰 해바라기는 이곳 이웃의 텃
한 천의 앞면과 뒷면의 경계를 넘어 하나의 양면그림이 되었다. 한 쪽 화면을 밭에서도 주황빛으로 달아오를만큼 이글거리며 해를 따라 고개들려 안간힘
사용할때는 종종 대상을 투명하게 처리해 스러져가는 모든 유한체의 덧없음 이다. 그 친숙함이 이곳에서도 당연하다는 사실이 놀랍다. 새로울 것 없는 자
과 영원을 향한 의지를 표현하고자 두 존재의 만남과 끌림의 형태를 시각화하 연이라지만 내가 새로와지니 그동안 못보던 자연의 특성과 아름다움이 하나
던 시도가 마침내 아래에서 위를 넘어 빛과 함께 화면을 뚫고나갔다. 뒷면을 씩 보이며 설레인다. 자연과 창조주에 대한 끝없는 그리움과 이끌림이 자연
앞면과 구분하지 않고 하나의 그림으로 연결하거나 여러조각이 한 그림이되 의 색채와 함께 자라 먹색 안에 가라앉아 있던 지난날이 드디어 과거로 자리
어 따로도 각각의 그림이 될 수있는 회화방법을 찾았다. 평면회화의 한계 앞 매김된다. 동양인으로서의 전통적인 기의 발현과 서양미술의 화려한 색채구
에 회화의 고유성을 포기하지 않고 유지함과 동시에 생활 속 에서도 활용하며 사를 접목해 양가적 대척점들이 서로를 파괴하기보단 상생하며 궁극적인 미
힐링을 얻는 회화의 역할을 살리려는 바램에서 터득한 화법이다. 이분과 불통 의 질서정립으로 사람과공존하는 작품을 만들어 동서,남녀노소 구분없이 공
의 갈등은 안과밖의 양면 또는 다면으로 하나의 본질로 만나 통합으로인한 새 감하며 소통하고싶다. 어쩌면 다른 곳에 서서 서로를 규정지으려하던 아름다
로운 에너지의 질서를 구축한다. 움과 가치의 경계는 없었는지도 모르겠다. 선입견과 굳어진 안목에 갇혔던 시
야가 어릴적 체험했던 아름다움에대한 행복한 기억과 자연에서 얻은 창작 본
어릴적엔 아침마다 빳빳하게 풀먹인 흰 십자수 옥양목 양복덮개에 손바닥을 능으로 환하게 되살아나 처음 그림을 시작하던 자유로운 시절로 되돌아간다.
디딘 채 아버지 등을 밟곤했다. 아슴프레 내비치는 마른꽃 붙인 한지 문의 할 까마귀와 까치, 그들이 나를 자유의 세계로 이끈 셈이다. ‘....고개를 길게 뺀 채
머니방에 고즈넉이 비치는 고운 한복빛깔, 한낮에 동네아이들과 땅바닥에 꼬 바늘땀을 타고가지 않아도 자유롭게 지평을 넘나들며 창조주와 조우할 수 있
챙이로 그리고 덮고 다시 파내는 땅그림놀이, 그리고 옆집 흰 회벽에 낙서하고 는 세상을 그리고싶다....’ 했던 이십년전 내게한 스스로의 약속을 드디어 지키
프던 충동이 어쩐일인지 태평양 건너와 더 선명히 되살아나곤 한다. 게 됐다. 로마서에 ‘만물이 주에게서 나오고 주로 말미암고 주에게로 돌아감
내안에 잠재된 동양인의 정서와 경험으로 서양화를 배우고 현대미술의 혼돈 이라’ 는 성경말씀처럼 그에게로 온 것들을통해 자유를 얻고 그를 향한 2019
속에서 점점 왜소해지던 당혹감이 이러한 기억 속으로 사라져갔다. 나만의 공 년의 천리지행 여정길에 나는 오늘도 즐거운 구도자로 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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