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6 - 전시가이드 2022년 10월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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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보는 전시
































        Desire #5, 120cm, natural lacquer, gold leaf on wooden panel, 2022  금강도원 80-1, 140x120cm, 나무에 천연옻칠, 금박, 2022













                            2022. 9. 30 - 10. 12 갤러리내일 (T.02-391-5458, 새문안로 3길 3)








         옻꽃이 피다
                                                        한 자개장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서구문화가 급속도로 퍼져가면서, 우리의 생활
        전인수 초대전                                         모습, 습관들도 많이 바뀌어가며 하나 둘씩 사라져 지금은 보기 힘든 것이 사실이
                                                        다. 패스트푸드, 패스트 패션이 유행하는 이 시대에 옻칠그림이란 어쩌면 시대에
                                                        역행하는 작업이라 할 수 있겠다. 옻칠은 기다림의 미학이다. 옛말에 급할수록 돌
        글 : 전인수 작가노트                                    아가라는 말이 있다. 옻칠이 그러한 것 같다. 마음이 급해 서두르면 그르치기 십상
                                                        이다. 그림을 그리기 위한 밑 작업만해도 20번 내외의 칠하고 갈아내는 등 여러 공
        나는 과거 없이 현재, 그리고 미래로 나아갈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한 생각이 잠  정이 반복된다. 그러한 작업을 거치면서 그 위에 그려질 그림을 생각하고 또 생각
        재되어있었기 때문이었을까? 한국에서 한국화를 전공하고, 미국에 13년이라는,      하며 작업을 해 나간다. 옻칠은 너무나도 솔직하다. 더도 덜도 없이 내가 한 만큼만
        내 인생에 있어 길다면 길수도 있고 짧다면 짧을 수도 있는 기간이지만, 그 기간 동  보여준다. 거짓이 없다. 그래서 힘든 작업이지만 하면 할수록 그 매력에 나 자신도
        안 나 스스로 보고, 느끼고 배운 것이 참으로 많다. 특히 우리 ‘한국의 것’에 대해 더   빠져드는 것 같다. 나 또한 작업을 하면서 나의 작업에 대해 매우 솔직해진다. 옻
        많이 생각을 하게 되고 애착을 느끼게 된 것은 사실이다.                 칠은 자연 그 자체이다. 옻나무에서 어렵게 얻어진 수액으로 그려지는 옻칠 그림
        전통이 고루하고 진부하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많은 이 시대에서 수천 년을 내려      은 그림을 그리는 계절과 날씨, 온도, 습도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경화되기 때문
        온 옻칠(natural lacquer)을 가지고 그림을 그린다면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에 나 자신도 예전에는 그냥 지나쳐버릴 수 있었던 자연환경 변화에 더 민감하게
        ‘옻칠로 그림을?’ 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을 거라 생각이 든다. 예로부터 우리   반응하게 된다. 미세한 환경변화에 솔직하게 반응하며 보여주는 나의 그림과 나는
        선조들은 옻칠의 내구성과 우수성을 알기에 무기, 건축물, 가구, 집기류 등 상류층   작업이 시작되면서부터 끝나는 순간까지 서로 무언의 대화를 주고받으며 한 단계
        의 전유물로 많이 사용되었다. 우리 조부모님, 부모님 세대에는 흔히 옻칠을 사용    한 단계, 차곡차곡 쌓아 나아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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