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0 - 전시가이드 2020년 0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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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보는 전시
Shape1, 162.0×120.0cm, Scratch & acrylic on copper plate, 2019 Shape2, 162.0×130.0cm, Scratch & acrylic on brass plate, 2019
2020. 4. 17 – 4. 23 갤러리내일 (T.02-391-5458, 새문안로3길)
살아있는 빛의 시간 추고 있다. 더욱이 부분적으로 그라인더나 샌딩머신 등으로 미세하게 긁어낸
금속판의 표면에서 떠오르는 빛의 홀로그램 효과는 화면을 문득 4차원의 공
이정아 회화전 간으로 비약시킨다. 캔버스천의 이미지들이 그 자체의 공간 내부로만 축소될
뿐임에 반하여 그녀의 금속판 위의 그림은 베이스로 사용된 재료의 이질적인
마티에르가 쏘아내는 다성적(polyphony) 효과에 의해 그림 밖의 잠재적 공간
글: 서길헌 (미술비평, 조형예술학박사) 으로까지 확대된다. 이 효과는 그림을 지상에 존재하는 풍경을 뛰어넘어 곧바
로 우주나 심연 또는 꿈과 같은 무의식의 풍경과도 접속시킨다.
니켈, 황동, 백동 등의 얇은 금속 플레이트 평판은 우선 깨끗한 평면의 세계를 이정아의 그림을 이루는 기저는 기본적으로 세 개의 층위로 되어 있다. 우선
예비하고 있다. 작가는 그 매끄러운 표면을 샌딩작업으로 거칠게 마감하여 아 평면의 금속판 재료가 지탱하는 실재적인 층위와 그 위에 얹히는 두 번째 안
크릴의 안료들을 받아들이는 미세한 주름들을 마련한다. 그렇기는 해도 전체 료의 층위, 그리고 안료에 뒤덮여 매몰된 바닥을 뚫고 솟아나는 질료의 숨겨
적으로는 여전히 평평한 면이다. 그 위에 여러 색소들이 단단하게 점착된다. 진 속성이 빛을 말하는 잠재적 층위이다. 각각의 층위는 서로 다른 차원에 있
금속 플레이트 자체의 깔끔한 평면이 갖는 완벽한 매끄러움 때문에 그 위에 으면서 서로 함께 맞물려 총체적인 풍경을 이룬다. 특히 완성된 풍경을 떠도
덧칠해지는 안료들이 발하는 효과는 코팅된 사진과 같은 평면의 매체가 내뿜 는 빛은 혼돈을 찢어내고 그 틈으로 열리는 새로운 차원의 출구이다. 그것은 "
는 듯한 비물질적인 광택을 띠고 있다. 이와 같이 금속판은 그 자체로는 완벽 사건"으로서 세계 안에 던져지는 감각의 문이다. 사건은 직선적인 시간에 극
하게 2차원적 평면을 구현하지만 거울과 같은 3차원의 잠재적 투시공간을 갖 적인 위상을 부여하는 시간의 강세부호이다. 몽환적인 풍경 위에 그라인더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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