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3 - 2019년05월전시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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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와 같은 의기들의 이름을 나열하며 대항한다. 화가 난 변학도가 관장을 조 만민평등의 꿈
롱하고 거역한 죄를 물어 엄벌로 다스리겠다고 위협하니 춘향은 두 눈을 부릅 춘향전의 마지막 부분에서 춘향은 이몽룡과 함께 한양으로 올라가서 정렬부
뜨고 유부녀를 겁탈하는 것은 죄가 아니고 무엇이냐고 소리친다. 자신의 목숨 인이 되고 아들 딸 낳고 백년해로하며 행복한 삶을 누리게 된다. 이는 당시 백
을 빼앗아갈 수도 있는 권력자 앞에서 천기의 딸 소녀 춘향은 거침없이 저항 성들에게는 불가능한 꿈이었다. 천한 신분의 굴레를 벗어나 양반과 똑같은 인
하고 조금도 물러서지 않는다. 내가 사랑하고 싶은 사람을 사랑하고 그 사랑 간으로서 자유롭게 행복을 누리는 춘향의 모습 속에 백성들의 간절한꿈과 소
을 지키겠다는데 왜 그것조차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는지를 묻는다.형틀에 매 망이 투영되어있는지 모른다. 실제로 춘향가 중 암행어사 출두 대목은 ‘신분
여 모진 매질을 당하며 거의 죽게 되었어도 자신의 마음조차 지킬 자유가 없 제 철폐’와 ‘만민평등’을 외쳤던 동학혁명의 행진가로 불리워졌다고 한다. 그
다면 차라리 죽음을 달라고 절규한다. 춘향가 중 <십장가> 대목에 이러한 춘 리고 이러한 백성들의 오래된 열망은 머잖아 갑오개혁을 통해 현실화되고 신
향의 마음이 절절이 잘 표현되어있다. 나는 이 <십장가>야말로 춘향가의 절 분제 폐지라는 역사적 결실을 맺게 된다.
정으로서 춘향의 진실한 사랑과 고결한 인간성을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는 대
목이라고 생각한다. 춘향, 우리 겨레의 얼골
춘향전은 개인의 창작물이 아니라 오랜 시간동안 수많은 사람들의 입을 통해
옥중에 갇혔어도 회자되면서 만들어진 이야기다. 마치 오랜 세월 퇴적물이 쌓여 형성된 지층처
큰 칼을 쓰고 옥에 갇힌 춘향은 매질로 만신창이가 된 몸으로 탄식한다. 이 < 럼 춘향전 속에는 오랜 세월 우리 민족이 겪어온 삶의 흔적들과 애환, 소망 같
장탄가>에서 춘향은 자신을 절개 높은 청송에 비유하며 자신의 억울함과 연 은 것들이 켜켜이 쌓이고 녹아들어 이야기 속의 사건들이 만들어지고 생생한
인에 대한 그리움으로 눈물짓는다. 한편 춘향이 그토록 기다리던 이몽룡은 과 인물들이 탄생되었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인 춘향은 누구인가? 비록 신분이
거급제하여 암행어사가 되어 돌아온다. 신분을 숨기기 위해 거지꼴로 나타난 천하여도 비굴하지 않고, 불의와 타협하지 않으며, 부당한 권력에 맞서서 자
이몽룡을 보고 춘향의 어미는 크게 낙담하고 괄시하지만 춘향은 자신의 처지 신의 자유와 존엄성을 위해 당당히 싸웠던 춘향, 고난과 죽음의 위협 속에서도
보다 몽룡을 생각하며 어머니에게 사정한다. 자신이 곧 죽더라도 몽룡을 잘 끝까지 사랑과 신의를 지켜냈던 춘향. 이러한 춘향의 모습 속에서 나는 우리
대접해주고 자신을 보듯이 대해달라고 부탁한다. 이 대목에서 나는 춘향의 어 민족의 아름다운 얼골을 보았다. 구전설화를 통해 태어난 춘향은 우리 민족이
떠한 댓가도 바라지 않는 순수한 사랑을 확인한다. 어떤 상황에서도 변함없이 오랜 시간 공들여 빚어낸 우리 민족의 얼골이라고 할 수 있다. 춘향의 말과 행
한 사람을 믿어주고 오롯이 사랑할 줄 아는 성숙한 인간을 본다. 동 속에는 백성들의 응축된 열망과 이상이 아로새겨져있다. 십육세 소녀의 이
미지로 현신한 우리 겨레의 얼은 순수하고 열정적이며 아름답다. 그리고 자유
암행어사 출두: 정의의 심판 로우면서도 지조가 있고 불의에 맞서 끝까지 싸우는 결기와 용기로 충만하다.
변학도의 생일 잔치가 벌어지던 날 춘향은 자신의 죽음을 각오한다. 꽃다운
춘향의 죽음은 불의한 권력자들에게 하나의 눈요기일 뿐이다. 이몽룡은 이 절 신춘향가, 다시 자유와 존엄을 노래하다
체절명의 순간에 암행어사로서 그의 군사들과 함께 출동하여 순식간에 불의 춘향을 통해 표출된 진정한 자유와 존엄을 향한 민족적 염원은 우리 역사 속에
한 세력들을 제압한다. 이 대목에서 청자와 독자들은 이야기 속 백성들과 함 서 동학혁명으로, 의병운동으로, 독립만세운동의 뜨거운 불길로 솟아오르며
께 환호성을 지르며 만세를 부른다. 천한 출신의 힘없는 소녀 춘향의 고난은 그 영롱한 빛을 드러내었다고 본다.그리고 지금도 춘향가는 우리 곁에서 여전
탐관오리들의 폭정에 시달려온 백성들의 고통이었으며, 무고한 춘향의 억울 히 순수한 사랑, 신의, 자유, 정의의 소중함을 일깨우며, 인간답고 고귀한 삶의
한 사정은 오랜 세월 불의한 관리들에게 수탈 당한 백성들의 한맺힌 삶과 맞 아름다움을 노래하고 있다. 나의 작업들이 부족할지라도 이번 전시를 통해 춘
닿아 있다. 춘향의 사면과 변학도의 봉고파직을 통해 백성들은 자신들의 억 향가가 신선한 봄바람처럼 우리 안에 깃들어있는 겨레의 아름다운 얼을 북돋
울함을 달래고 그들을 괴롭히던 불의한 권력이 심판받는 통쾌함을 만끽한다. 우고 다시 한번 신명나게 울려퍼지기를 바란다.
전영미 | Jeon, Youngmi
2019개인전 “신춘향가: 자유와 존엄을 향한 노래” (갤러리인사아트 본관)
2017개인전 “청의 마음” (경인미술관)
2015개인전 “그 시절 그 소녀”(갤러리인사아트 본관)
2014개인전 “세상에서 제일 예쁜 우리 엄마” (갤러리 라메르)
2012개인전 “강아지와 친구들” (갤러리 루벤)
초대개인전 6회(서울, 취리히, 뉴저지 등) 및 개인 부스전 4회
국제아트페어11회(파리, 뉴욕, 밀라노, 싱가폴, 북경, 서울, 부산 등) 및 단체전 30회
삼성생명 달력 협찬, 삼성증권 달력 협찬, 중국 상진케미컬주식회사 달력 협찬 등
3.1운동 및 임시정부수립100주년 기념 우표대전 대상(서울시장상),
KPAM대한민국미술제 대상(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 대한민국 여성작가상
올해의 작가상, 대학민국 혁신한국인 문화예술부문 대상 등 수상
서울대 졸, 이화여대 대학원 졸, 미국 미시간주립대학 디지털미디어아트대학원 졸,
뉴질랜드 빅토리아대학교 커뮤니케이션 박사
한국미술협회, 한국전업미술가협회, 현대한국화협회, 한미현대예술협회, 송파미술협회
부용당2 57×42cm
비단에채색 2018 Email: youngmi.jeo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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