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6 - 2019년05월전시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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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연 컬럼




                                                                           상시키기도 한다. 나에게 그러한 풍경들은 어
                                                                           떤 구체적인 상황으로서 인식되기보다는 특
                                                                           정한 색채로서 대체된다. 또한 색채에 질감을
                                                                           더한 것이 기존과 다른 점이다. 때로는 유채
                                                                           물감을 묽게 만들어 플랫한 표면을 만들기도
                                                                           하고 때로는 캔버스 위에 물감을 직접 짜서
                                                                           긋기도 하며 스퀴지나 여러 다른 도구들을 이
                                                                           용하여 물감 덩어리들의 질감을 서로 다르게
                                                                           만들어 나간다. 이렇게 물감의 밀도와 속도,
                                                                           방향의 규칙성을 작품마다 변화무쌍하게 표
                                                                           현해봄으로써 회화의 본질적인 면을 추구하
                                                                           기 위해 노력한다.”
                                                                           조셉 코넬(Joseph Cornell/1903~1972/미국)
                                                                           은 버려진 물건들을 가져다가 박스 안에 앗상
                                                                           블라주나 콜라주 등의 방법으로 조합하여 자
                                                                           기만의 초현실주의적 세계를 표현하였다. 여
                                                                           기에는 그의 어린 시절에 대한 추억과 기억,
                                                                           향수가 모두 포함되어 있어 오브제의 단순한
                                                                           컬렉션이 아닌, 그에게 힘과 용기를 주는 상
                                                                           상의 공간이자 마음의 안식처로 기능하였다.
                                                                           돌이켜보면 박스는 코넬 뿐만 아니라, 뒤샹
                                                                           (Marcel  Duchamp/1887~1968/프랑스),  달
                                                                           리(Salvador Dalí/1904~1989/스페인),  네벨
                                                                           슨(Louise Nevelson/1899~1988/미국) 같은
                                                                           작가들이 자신만의 조형 세계를 구축하는 데
                                                                           있어 중요한 개념이었을 뿐만 아니라 중요 요
                                                                           소였다. 뜬금없이 왜 코넬인가 하겠으나, 국
                                                                           대호의 작품을 보면 예민하게 선별된 물감의
                                                                           폭발적인 에너지가 박스 안에 박싱(Boxing)
                                                                           된 상태가 연상되기 때문이다.

                                                                           매니아 감상자가 많은 작가의 작품에서 먼저
                                                                           인지되는 것은 다양한 색 띠들이 만들어내는
                                                                           화려하고도 과감한 색채의 대비이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박스 안에 갇힌, 다양한 색으로
                                                                           포장된 물감들의 마띠에르가 먼저 인지된다.
                                                                           박스 안에 컬렉션되어 수평으로 나열된 물감
                                                                           의 형태는 서로의 색과 서로의 마띠에르 사이
        S2019202  73×53cm  oil on canvas  2019
                                                        에서 한 치의 여유 공간 없이 힘으로 맞붙으며 긴장과 균열, 균형, 조화를 불규
                                                        칙하게 뿜어내고 있는데, 물감에서 던져지는 터질 듯이 충만한 기운의 감성은
                                                        화려한 색채 대비와 함께 작품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국대호의 Collected Boxing Paints                    색과 마띠에르 중 무엇이 더 시각적 즐거움을 주는가를 구분짓기는 어려우나,
                                                        유채 물감이 선사하는 기본적이고 정통적인 시각적 질감이 주는 즐거움을 작
        <S2019202>                                      가의 작품에서 보다 본질적으로 만끽할 수 있기 때문에 마띠에르를 먼저 거론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동일 색이라도 시각적 질감 특성이 다르면 색채 감
                                                        성이 다르게 나타난다는 연구가 의류학 분야에 있는데, 색과 질감의 긴밀한
         이주연(경인교육대학교 교수)                                상호성이 분명 개인적 선호도에도 개별적으로 또한 종합적으로 영향을 미치
                                                        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작가의 작품 속 물감의 충만한 마띠에르는 현재 박스 안에서 강렬한 색의 띠
        작가는 최근에 진행하고 있는 일련의 작업들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들과 팽팽한 힘의 균형을 이루며 구성을 이루고 있는데, 이러한 긴장된 균
        “기존 작업들과 다른 점을 들자면, 시공간의 응축과 함축의 의미를 담고자 한      형과 조화는 어떻게 변화되어 전개될 것인지 앞으로의 행보가 더욱 기대되
        점이다. 내 작업은 무수히 많은 컬러들의 조합으로 이루어지는데, 직선에 가       는 바이다.
        까운 수평적 형태는 기존 작업들에서 느끼지 못했던 기억 속의 풍경들을 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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