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98 - 신정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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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부문 신인문학상 심사 총평
차 용 국
(시인, 시조시인, 수필가)
1. 첫 만남
시는 결코 나만 아는 곳에 꼭꼭 숨겨놓고, 나 홀로 몰래 찾아서
먹는 곶감일 수는 없습니다. 시는 독자와 공유하면서 공감하는 문
학입니다. 독자 없는 시는 이미 존재할 가치를 상실한 것입니다. 심
지어 시를 지은 시인 자신도 수많은 독자의 한 사람일 뿐입니다. 시
인이 자신의 시를 시작 노트를 통해 설명한다 하여도, 그것은 그 시
를 읽는 수많은 독자 중 1인의 견해일 뿐입니다. 심사나 시평을 쓰
는 사람의 견해도 마찬가지입니다.
독자는 시적 정서를 공유하는 동반자이지 시 해독 자가 아닙니
다. 시인만 아는 열쇠 번호로 꽉 잠겨져 있는 암호와 같은 시를 해
독하며 읽을 독자는 거의 없을 것입니다. 심사자나 시평가도 마찬
가지입니다. 독자가 자신의 경험과 사유 방식으로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말로 짓는 은유의 나라에서 참신한 시가 싹 트고, 건강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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