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심부름
청 보리 익어 가는 계절
다랑이 논에 물들어 가는 소리
봄기운 빨아들일 적에
아버지 막걸리 심부름에
자박자박 논두렁 밟는 소리
출렁이는 막걸리 탓하며
주전자에 입대고 쪽쪽 거리며
두 손으로 청 보리 비벼 대어
술안주 대신하는 어린 손
검정 고무신에 커다란 주전자
출렁거리며 반은 논바닥으로 흘리고
반은 입속으로 출렁이고
비틀거리며 집으로 돌아오는 길
하늘이 해롱해롱
막걸리는 내가 마셨는데
술은 하늘이 취하네.
제1회 신인문학상 | 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