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03 - 신정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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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심부름








                 청 보리 익어 가는 계절
                 다랑이 논에 물들어 가는 소리

                 봄기운 빨아들일 적에
                 아버지 막걸리 심부름에
                 자박자박 논두렁 밟는 소리

                 출렁이는 막걸리 탓하며

                 주전자에 입대고 쪽쪽 거리며
                 두 손으로 청 보리 비벼 대어
                 술안주 대신하는 어린 손

                 검정 고무신에 커다란 주전자
                 출렁거리며 반은 논바닥으로 흘리고

                 반은 입속으로 출렁이고
                 비틀거리며 집으로 돌아오는 길

                 하늘이 해롱해롱
                 막걸리는 내가 마셨는데
                 술은 하늘이 취하네.













                                                            제1회 신인문학상 | 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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