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04 - 신정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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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사평 ❖



                        개별 만남 - 그리움의 스토리를 담아

                            고운 시향 피우는 정옥이 시인






                   정옥이 시인의 시향은 잔잔한 스토리입니다. 시에 스토리를 담는
                 다는 것은 많은 장점이 있지만 적지 않은 노력이 있어야만 합니다.

                 정 시인의 수고로움이 느껴지는 지점입니다. 스토리는 구체화된 이
                 미지입니다. 예술 행위는 스토리를 구체화하는 일입니다. 그림이나
                 음악에도 스토리가 있는 이유입니다. 스토리는 소설이나 수필뿐만

                 아니라 시에서도 반드시 필요한 요소입니다. 정 시인은 「아버지의

                 심부름」에서 두 명의 화자를 등장시킵니다. 유년의 자아와 지금의
                 자아입니다. 유년의 자아가 겉으로 들어난 화자이지만, 시향은 유
                 년의 자아를 지켜보는 지금의 자아입니다. ‘청 보리 익어가는 계

                 절’, ‘아버지 막걸리 심부름에’, ‘출렁이는 막걸리 탓 하며/주전자에
                 입대고 쪽쪽 거리며’ 먹고 비틀거리며 논두렁을 걸어오는 유년의

                 자아는,  실은 지금의 자아가 애절하게 그리워하는 아버지입니다.
                 이 시 어디에도 ‘그리움’이란 단어를 찾아볼 수 없지만, 독자가 그

                 것을 발견하고 공감하기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구체화된 스토리의
                 이미지가 선명하기 때문입니다. 시의 매력은 바로 넌지시 말하고

                 보여주는 은유의 미학 때문입니다. 정 시인의 시가 매력적인 이유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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