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05 - 신정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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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스토리가 있는 시를 기억하고 사랑합니다. 인간의 뇌는
                 말과 글 자체를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이미지로 변환하여

                 기억하기 때문입니다.  정 시인은 「암향 섬진강에 스며들면」에서
                 ‘섬진강 물길 따라/매화 향기 짙어지면/찾아와 달라고 하던 임’을
                 그리워합니다. 임이 누구인지는 독자의 몫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사랑하고 그리운 사람이나 사물을 가슴에 품고 살아갑니다. 인고의
                 기다림이 지나고 매화 ‘꽃망울 터지는 소리/창문을 두드리니’ 임을

                 찾아갈 때가 되었습니다. 정 시인은 그 설렘과 그리움을 ‘섬진강 나
                 루터에/노 젓는 소리 들려오나/귀 기울여 보지만/밤은 더디 가고 마

                 음만 애달파라’라고 노래합니다. 드라마 속 주인공의 몸짓처럼 생
                 생한 이미지를 떠올리기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정 시인은 언어의

                 형상화에 남다른 자질과 역량을 지니고 있습니다. 조만간 별빛 같
                 은 시향으로 열매 맺기를 기대합니다.
                   시, 특히 서정시는 언어로 그려내는 그림입니다. 언어 자체는 좋

                 고 나쁨, 아름다움과 추함 및 가치의 우열이 없으며, 좋은 시어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 시를 지을 때 특히 주의해야 할
                 것이 미사여구와 형용사를 사용하고 싶은 유혹입니다. 하지만 이것
                 들은 겉치레만 화려한 독초이므로 남용과 중복을 경계해야 합니다.

                 정 시인은 「강물에 매화 향 흐르고」에서 매화 향기 따라 ‘숨어든 마
                 음/한 잎 따다 물결 위에 흘려보내니/섬진강 뱃사공이 그 마음 받았

                 으리라’고 회상합니다. 그리고 ‘매화꽃은 만발한 데/섬진강 뱃사공/
                 보이지 아니하고/잔잔한 물결 위로/매화 향만 그윽 하구나’ 라고 노

                 래합니다. 감정과 언어의 절제가 적절하게 어우러져 안정감을 주고
                 있습니다. 시는 은유의 숲을 밝히는 달빛처럼 은은하게 피는 꽃입



                                                            제1회 신인문학상 | 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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