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10 - 신정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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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참 외롭지가 않다








                 한여름의 더운 날씨에 그늘마저 지치게 하더니
                 창 밖 비가 키 큰 장승처럼 하고는

                 아스팔트 길 위를 떼르르 구르며 시끌벅적하다


                 하늘엔 바쁘게 가는 검은 구름이 있고

                 도도한 바다에도 때때로 잔잔한 파랑

                 일어 별수 없는 의식이 깨지 못해 떠밀려 간다


                 일상을 쫓아가는 사람들 꽤나 고집스러워도 세상은 참 외롭지 않다



                 한꺼번에 쏟아내는 묵은 근심이 파닥이며 아파할 때

                 어찌 측은한 생각이 아니 들까 싶어 유심히 응시해 보니
                 나무들이며 이름 모를 풀들이며

                 그저 주어진 것에 순응하고 받아들이는 게 참 대견스럽다



                 부끄럽게도 한때는 하늘을 보고 원망도 하고
                 들고 일어난 미움이 길에서 질퍽 이고
                 난도질하다 세상에 되레 찔리어 외마디 하지 않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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