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13 - 신정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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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사평 ❖
개별 만남 - 반전의 은유에 담아낸 사유의
형상화가 빛나는 이대근 시인
이대근 시인의 시적 사유는 깊어 속을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삶
의 경험과 성찰이 그만큼 숙성되었다는 함의일 것입니다. 시어를
다루는 솜씨와 시상의 전개도 신인답지 않게 유연하면서도 독특한
매력이 있습니다. 이 시인은 「서운 암 가는 길」에서 ‘바람이 흔들고
간 인연이 고개를 들 때마다/아리도록 버텨 기다린 봄바람/부득이
역마살을 달아맨 보살들/묵언하는 산사 죽 봉 소리에 발걸음 재촉
한다’고 노래합니다. 이 시를 읽고 있으면, 암자를 찾아가는 이미지
가 자연스럽게 떠오릅니다. 흔한 미사여구나 형용사와 같은 상투어
하나 없는데도, 이미지는 생동감이 넘치며 선명하기만 합니다. 이
미지는 직접적 또는 간접적으로 지각을 통해 마음속에서 재생된 감
각을 말합니다. 형상形象이라고도 합니다. 형상은 구체화된 이미지
입니다. 이 시인의 시를 읽다 보면 파노라마처럼 떠오르는 선명한
이미지는 자연스럽게 스토리가 되어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합니다.
이 시인의 역량은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이 시인은 마지막 연에
서 ‘바삐 가는 길 한적하기 그지없는데 멀리 뻐꾸기 생뚱맞게 운다’
고 말합니다. 전혀 성립할 것 같지 않는 모순적 시어를 통해 참신한
반전의 은유를 창조합니다. 오래도록 울려 퍼지는 산사의 종소리처
럼 깊은 여운의 종결을 맺는 탁월한 능력을 엿볼 수 있습니다.
제1회 신인문학상 | 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