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16 - 신정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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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고 했었다. 정말 그랬었다.
                   또 시에 대한 조언의 글에서 “시 쓰기 쉬운 일 아니라니까요. 아

                 무거나 시 아니 구요. 마구 우겨도 아닌 건 아니라 구요”라고 했던
                 글이 새삼 떠오른다.
                   시를 쓴다는 건 쉬운 게 아니라고 느낀 게 최근의 일이다. 그만큼

                 진중해졌다는 것이다. 그냥 느낌이 가져다준 생각을 글로 표현하고
                 스스로 만족하면 되는 것쯤으로 여겼는지도 모른다. 물론 처음부터

                 난 시어 따위엔 관심 없어, 표현에 있어 쉬운 글로 있는 그대로 사
                 실적인 글의 모습을 좋아했었다.

                   사실적인 글의 모습에는 그 연유가 있다. 몇 년 전 유명 시인의
                 토크콘서트에 참석한 적이 있었다. 부끄럽게도 무지에서 비롯된 것

                 이긴 하지만, 평소 그의 시 중에서 이 시의 의미가 뭘까 시가 이런
                 건가 하는 의아심을 갖고 있었는데, 마침 그 시에 관한 얘기를 풀어
                 나갔다. 시의 의미와 깊이, 작가의 의도, 다양성, 넓은 시야 등에 대

                 한 성찰의 계기는 물론 나는 시에 관한 한 새로 태어난 날로 생각하
                 게 되었다.

                   친구 따라 장에 간다고 했었다. 나도 그랬다. 친구가 등단하니까.
                 친구가 책을 내니까. 나도 책을 내고 또 글에 더한 관심이 불끈 솟

                 아났었기에 오늘이 있다고 본다. 누구의 것도 아닌 내게서 나온 내
                 것의 글을 쓴다는 게 글에 대한 욕망이 일고 나서부터이다. 물론 시

                 에 대한 관점의 변화도 한몫했다.
                   소감문을 써야 한다기에 나는 다른 말이 필요할 것 같지가 않았

                 다. 이제 나의 글 하나하나는 진통을 겪지 않고 나와서는 절대 안
                 된다는 것이다. 그림을 그린다. 깊이가 있고 무게감 있는 그림이 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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