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19 - 신정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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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선작 ❖
호박 줄기
박 이 동
캄캄한 밤 고독으로 지새웠다
홀로 살아간다는 것은
한 움큼 남은 정신을 부여잡고
위험한 사다리를 한 칸 한 칸 오르며
허공에 꿈을 거는 일 이었다
우산이 되고 손발이 되어도
꽃을 피워 향기를 뿜어도
쳐다보는 이 하나 없다는 것은 슬픔 일
한때는 노랗게 웃는 귀여운 얼굴에
벌들이 푹 빠지기도 했건만
높은 울타리 앞에서 망설였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았다
가야만 하는 길이기에 손을 뻗었고
물러설 수 없는 담금질로
보석 같은 내공이 알알이
박혔는데...
진실은 잉태하고
우리 맞잡은 손 놓지 않고
사랑과 언약으로 맺힌 씨앗 하나
싹 틔우고 오르며 한량없는 가르침 따르리다.
제1회 신인문학상 | 2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