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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사평 ❖
개별 만남 - 관찰과 사유의 신선함, 은유와
상징의 시어 조탁이 돋보이는 박이동 시인
박이동 시인은 심안이 밝습니다. 눈 밝은 시인은 우리가 무심하
게 지나치는 일상의 사물들에서 존재의 몸짓을 찾아냅니다. 박 시
인은 아무도 관심을 주지 않는 「호박 줄기」를 바라보며 ‘홀로 살아
간다는 것은/한 움큼 남은 정신을 부여잡고/위험한 사다리를 한 칸
한 칸 오르며/허공에 꿈을 거는 일 이었다’고 말합니다. 고독이란
시어는 단순한 외로움이 아니라 삶의 내공을 다지는 과정을 상징합
니다. 박 시인은 고독을 생명의 의지를 키우고 꿈을 향한 행진의 자
양분이라며, ‘높은 울타리 앞에서 망설였다/그러나 포기하지 않았
다’고 외칩니다. 박 시인이 노래하는 「호박 줄기」를 통해 우리는 외
롭고 지친 삶이지만, 포기하지 않고 희망을 찾아가는 인생의 이미
지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우리네 삶을 위로하고, 쉼터가 되고, 다
시 일어서는 힘이 되어 주는 그림입니다. 우리가 무관심한 주변의
흔한 사물을 섬세하게 관찰하고, 깊은 사유를 통해 우리네 삶의 의
미로 승화시키는 참신한 역량이 돋보입니다.
「그날 떨어진 별」에서는 신인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과감한
은유와 상징을 보여줍니다. 극단적인 대립을 보여주는 ‘늑대-토끼’,
‘검은 손-붉은 물결’, ‘총칼-꽃송이’는 무엇을 상징하는 것일까? 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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