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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참 외롭지가 않다」에서도 이 시인의 신선한 시어 조탁
                 과 사유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한여름 더운 날씨에 그늘마저 지치

                 게 하더니/창밖 비가 키 큰 장승처럼 하고는 아스팔트 길 위를 떼르
                 르 구르며 시끌벅적하다’는 생기발랄한 이미지를 그려냅니다. 예
                 술 행위는 결국 미적 형상 만들기. 다시 말해서 구체화된 이미지 만

                 들기입니다. 시도 언어예술이란 점에서 시 짓기는 결국 구체적인
                 이미지를 만드는 것입니다. 상징이나 은유, 음률이나 음보 등 수많

                 은 표현 기재들은 결국 이미지를 만드는 수단일 뿐입니다. 시상에
                 걸 맞는 이미지를 창조해내는 능력은 시인으로서 갖추어야 할 최고

                 의 장점입니다. 부단히 연마하여 대성하기를 기원합니다. 이 시인
                 은 시어의 조탁뿐만 아니라 운율성도 결코 소홀히 하지 않습니다.

                 마지막 연에서 ‘장맛비 헤쳐 일상을 쫓아가는 사람들/꽤나 고집스
                 러워도 세상은 참 외롭지 않다’고 노래합니다. 이 시인의 시는 얼핏
                 보면 다소 산문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시를 읽어보면 시 속에 녹아

                 있는 리듬을 느낄 수가 있습니다. 풍부한 내재율 덕분입니다.

                   이 시인이 시의 운율성도 소홀하게 다루지 않고 있음은 「사랑싸
                 움」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4연으로 지은 이 시 각 연의 마지막
                 행을 보면, ‘아픔 안을 말만은 하지 마오’, ‘맘에 없는 말은 하지 마

                 오’, ‘그리 쉬이 말 던지지 마오’, ‘곁에 머물 인연으로 엮은 억겁을
                 어찌 하리오’라고 노래하고 있습니다. 일상의 쉽고 부담 없는 언어

                 로 자칫 심각하게 번질 수 있는 사랑싸움을 노랫가락처럼 흥겹게
                 처리하고 있습니다. 현대 시의 산문적 경향에 부합하면서도 시어의

                 뛰어난 조탁과 내면의 알찬 운율을 통해 은유의 시향을 펼치는 이
                 시인의 발전과 대성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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