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3 - 신정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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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꺼이 구름송이풀



                                                                    조 선 의



                 캄캄한 어둠 속으로
                 송이송이 건너가 빛을 불러내는
                 꽃을 보아라



                 누가 저처럼 자신을 증명한 적 있었던가


                 제 빛깔을 불러오기 위해
                 삼천 겁 연분으로도 모자라
                 태초를 향해 뿌리 내린다



                 어진 땅의 정직한 소망을
                 묻어둔 채로 살거든
                 다시 꽃 피는 날 있으리니



                 산다는 것은 남게 될 것으로부터 지나가는 것
                 기꺼이 누구에게
                 빛나는 화관花冠을 씌워주지는 못해도
                 나머지 온기라도 보탤 일이다




                            조선의|농민신문신춘문예, 기독신춘문예 당선. 김만중문학상, 거제문학상,
                            신석정촛불문학상, 안정복문학대상 등 수상. 시집   당신 반칙이야  ,   어쩌면
                            쓰라린 날은 꽃피는 동안이다  ,   빛을 소환하다  ,   돌이라는 새  ,   꽃, 향기의
                            밀서  ,   꽃으로 오는 소리  


                                                                 초대 작가 | 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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