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6 - 신정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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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가인데 훗날 문학인들은 그를 20세기의 최고시인이라 칭했다.
그 이유는 그의 명시 ‘황무지荒蕪地’<The Waste Land>(1922)에서 비
롯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황무지란 작품으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고, 영국 모더니즘 문학의 선두 주자로 기독교의 교리
에 따른 이상주의적이면서 부수적 경향의 시를 썼다. 그 외에 희곡
에 ‘ 대성당의 살인’ ‘테일 파티’ 등이 있다.
/황무지/란 시의 전체 구성은 /주검의 매장/장기놀이/불의 설교/죽
음에 의한 죽음/뇌성雷聲이 알려준 일/등 전 5부로 구성된 시이다. 고
대 신화와 전설을 이용하여 현대 문명을 비판하는 형식을 취했는데,
논리적 연결성이 결여된 난해함과 일관성이 결여된 듯한 화자의 목
소리는 마치 규율과 질서에서 일탈한 30년대 post modernism의 선
구자요, 한국문학의 위상을 한 단계 드높인 심리주의 작가 ‘이상’을
생각하게 한다. 엘리엇은 세계대전 戰後 서구의 황폐한 정신적 상황
을 조망하려는 작가의 의도가 함축된 것으로 짐작된다. 우선시의 제
1부만 소개하고 그 속에 담긴 의미를 감상하면
<제1부> 죽은 자의 매장-원문
4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
추억과 욕정을 뒤섞고
잠든 뿌리를 봄비로 깨운다.
겨울은 오히려 따뜻했다.
잘 잊게 해주는 눈으로 대지를 덮고 마른 구근球根으로 약간의 목
숨을 대어주었다.
슈타른버거호湖 너머로 소나기와 함께 갑자기 여름이 왔지요.
우리는 주랑柱廊에 머물렀다가 햇빛이 나자 호프가르텐 공원에 가
서 커피를 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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