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9 - 신정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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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일락꽃이 탐스럽게 피어났기 때문이다. 그의 마음이 얼마나 아파
                 했을까를 생각해 보면 찡한 아픔에 가슴이 저민다. 세상에 아프지

                 않은 죽음이 어디 있을까, 사랑하는 임의 죽음은 가장 애통한 것이
                 아닐까? 아무리 화사한 봄꽃들이 꽃 잔치를 벌인다고 하더라도 사
                 랑하는 임과의 영원한 이별은 참으로 황량한 고독을 남기는 것, 아

                 무리 죽음의 황무지 위에 새 생명이 약동한다고 하더라도 작은 한
                 생명의 꺼져 감은 온 우주의 슬픔과 맞먹는 무게를 갖고도 남음이

                 있을 것으로 상상해 본다.
                   그 내용은 리투아니아 출신의 여자가 일방적으로 자기의 어렸을

                 때를 이야기하는 형식으로 다루고 있다. 그러나 행복했던 시간도
                 잠시 시인의 의식은 다시 황무지로 이어지고 황무지의 구체적인 이

                 미지가 제시된다. 여기서 시인은 에스겔의 성경 구절, ‘인간의 아들
                 아 너의 발로 일어서라’를 인용하여 이스라엘인이 겪었던 고난을
                 현대인들에게 상기시키고 있다. 이후 시행에서 시인의 명상은 행복

                 한 사랑의 노예로 이어지고, 사랑이 생의 절정의 순간임을 보인다.

                 하지만 ‘황량하고 쓸쓸합니다, 바다는’이라는 절망적인 노래로 이
                 를 대조시키고 있다. 이것은 바그너의 가곡 ‘트란스탄과 이졸대’의
                 3막 24절을 인용한 것으로 다시 황무지의 모습을 보임으로써 잠시

                 나마 느꼈던 사랑의 꿈이 깨어지고 다시 황무지의 현실로 돌아온다
                 는 절망감을 느낌을 갖게 한다. 특이한 점은 이 작품은 삶의 의미를

                 갖지 못하는 여러 요소들, 즉 외로움, 공허함 등이 생생히 나타나지
                 만, 역설적이게도 부활에 대한 기대 의식도 함께 표출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그렇다면 ‘황무지’란 시의 배경인 /聖杯傳說/과 어떤 관련성이



                                                                 초대 작가 | 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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