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0 - 신정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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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가, 그 전설에 의하면 漁夫왕(물고기는 생명의 상징)은 저주를 받아
병들고 성불구가 된다. 그 결과 그가 다스리는 나라에는 강에 물이
마르고 들에는 곡식이 생산되지 않아 황무지가 된다. 이 저주는 왕
이 나올 때까지 풀리지 않는다. 그래서 왕과 나라를 구하려면 마음
이 순결한 기사가 황무지 한복판에 있는 위험 성당으로 가서 육체
와 정신적인 위험을 무릅쓰고 성배(聖杯‘최후의 만찬’ 때 쓰였고, 후에 예수가
십자가에서 창에 찔렸을 때 흘린 피를 받았다고 하는)를 찾아내야 한다. 聖杯를
찾게 되면 그 힘으로 어부 왕이 회복되고 황무지에 다시 풍요가 찾
아온다는 것이다.
끝으로 ‘엘리엇’은 이와 같이 다양한 신화적 종교적 자료를 사용
하여 공허와 고독과 비이성, 무분별한 성적 행각이 판치는 고대 황
무지와 같은 근대사회를 시적으로 표현했고, 그 사회가 재생되어야
하는 필요성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 아닌가 한다. 노벨상을 수
상할만한 의미와 가치가 있다고 인정할만한 걸작임에 공감하면서
한편 예술성이 수려한 작품임에 추호도 부족함이 없기에 세계문학
사에 영원하리라. 한 편의 시는 당시 戰後 독일민족뿐만 아니라 유
럽 전 국민들, 나아가 전 인류에게까지 절망에서부터 탈피하여 새
로운 희망과 욕망을 안겨주었다는 점에 문학적인 큰 의미가 크다.
‘엘리엇’이란 평범한 문학인의 힘, 그는 전쟁 때의 장군이나 유명한
정치가 보다 더욱 위대한 힘을 지니고 있음을 증명해 보인 것이다.
수많은 세월이 흘렀으나 아득한 필자의 지난 60년대 학창 시절
을 회상케 한순간이었다. 지금은 고인이 된 지 오래된 세월 백철 박
사님은 서울에서 내 모교까지 매주 오셔서 열강하시던 교수님의
‘황무지’강의의 순간이 어제인 듯 새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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