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4 - 신정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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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대 수필
T. S. Eliot의 荒蕪地와 ‘잔인한 달의 스케치
신 동 일
4월의 햇살은 4-5세 幼兒의 순박한 눈빛이다. 그 햇살은 반짝이
는 별빛처럼 티 한 점 없이 영롱하고 한편 청아하기 때문이다. 20여
년 전 두어 그루 사다가 심어 놓은 우리 집 뜰 앞의 라일락이 요사
이 제법 성장해서 파란 잎 속에 순백색과 보라색으로 채색되어 좁
쌀 같은 꽃잎이 옹기종기 얼굴을 내밀고 4월이면 그윽한 향기로 오
가는 길손들에게 미소로 반겨준다. 봄이면 산과 강변에서 불어오는
바람마저 상쾌하고 시원스레 옷깃을 파고든다. 먼 산을 바라보니
엊그제 칼바람의 엄동설한을 참아내던 나목들도 어느새 푸르른 옷
으로 갈아입고 가지마다 얼기설기 늘어진 채 봄의 샛바람에 발발
떨고 있는 녹색 잎 새들이 앙증스럽다.
4월은 라일락 향이 그윽하여 봄의 싱그러움을 더해줌은 오늘보
다는 내일의 새 희망을 안겨준다는 의미가 있다. 봄날에 사방을 둘
러보니 산천은 긴 동면에서 깨어나 이르는 곳마다 연두색 풀빛이
짙어 가고 지천에는 백화가 환한 미소로 우줄우줄 춤을 춘다. 청홍
이 어우러진 꽃 덤불은 새 각시인 양 부끄러움 감추고 미소로 유혹
을 하기에 마치 꽃의 품평회라도 펼친 듯하다. 요사이 휴일이면 산
신동일|수필가. 시인/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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