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70 - 동북포루 수리보고서-2020.최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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Ⅲ. 공사 과정
조채된 안료를 칠하기 전 단청 면은 미리 면닦기를 진행하여야 하는데 이것은 까실한 목부에 물감을 잘
받아줄 수 있도록 바탕 면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또한 접착제를 도포하는 것은 물감을 과도하게 흡수
하지 못하도록 약간의 방수층을 만드는 효과이다. 내· 외부의 먼지들을 제거하고 목부 면에 튀어나온
부분이나 마무리 면이 거칠게 치목된 부분은 헤라로 쳐내고 사포질을 하였으며 아크릴 에멀젼 포수를
하였다.
□ 가칠 단청
면닦기와 포수가 끝나고 채색은 단색으로 목부를 모두 바탕칠 한다. 이것을 가칠이라 하는데 이러한 작
업만 하는 사람을 예전에는 가칠장이라 하였다. 목부의 그림을 그리는 표면 바탕작업을 해두는 작업인
데 이 일이 만만치 않다. 채화를 하는 것보다 단순하지만 목부에 첫 안료를 칠하는 작업이니 만큼 안료
가 잘 붙지 않기 때문에 매우 힘이 들고, 붓질이 잘 되지 않아 큰 노동력을 필요로 한다. 게다가 단청은
머리 위에 있는 천정부를 보면서 칠을 하게 되므로 단청하는 사람들은 대다수 목 부분에 무리가 가거나
발판이 잘 매어져 있지 않으면 사고가 나는 경우가 많았다. 필자도 처음 일할 때만 해도 부실한 발판에
건물과 비계간 거리가 멀어 봉만 있는 곳도 많았다. 앞이나 위만 보고 작업하다가 못보고 추락하는 사
고가 워낙 많아서 발판 위가 무서울 정도로 열악했다. 아래를 조심한다고 연목이나 추녀 끝 풍경에 박
아놓은 못에 머리를 쿵쿵 받기도 했는데 당시 안전모에 대한 인식도 크지 않았던 것도 이유였다. 비계
발판은 정말 꼼꼼히 매야 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현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인명사고가 나지 않도
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다. 과거 비용을 아끼려고 비계를 부실하게 해놓는 바람에 단청공사에서
발이 아래로 빠지거나 비계가 쏠려 추락사고 나는 경우부터 들려주면서 일을 시작했던 것은 이제 과거
의 일 같지만 항상 강조해서 나쁜 것 없는 대목이다. 목 디스크로 깁스를 하면서 단청하는 작업자들도
허다했다. 가칠작업도 단순하다고 아무나 시키지 않는다. 작업자의 능력에 따라 품이 정해지고 시키는
일이 달라지는 것은 당연하다. 비 숙련자가 하는 경우 다해놓은 단청 채색면에 물감을 쏟거나 붓질이
능숙하지 않아 좁은 면적에는 색을 빼먹고 넘어가는 경우도 많다. 부재들이 평면이 아니기 때문에 한
방향에서 작업하다 보면 잘 안보이는 경우도 많아 채색작업에서는 가칠이나 일정 채색단계가 끝나면 뒤
를 따라가며 수정만 따로 한다. 밑으로 내려오면 다시 올라가기 힘들기 때문이다. 큰 붓과 작은 붓 두
개로 칠을 하고 지나가는 사람 뒤로 다시 작은 붓으로 따라가면서 나중에 한꺼번에 작업한다.
과거의 안료는 석채안료였기 때문에 잘못 다루면 목부 표면이 두꺼워지고 차후 박락의 원인이 된다. 가
칠장이만 따로 있는 것은 그에 따른 경험이 필요하기 때문이었다. 현 동북포루는 공간이 좁고 건물규모
가 다른 현장에 비하여 크지 않기 때문에 인원은 최소한으로 하고 대신 경력이 풍부한 사람으로만 작업
을 하도록 하였다. 사람이 많으면 부대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외부와 내부에서 인력을 배분하여 채색을
진행하였다.
□ 외부 가칠 단청
가장 먼저 가칠한 것은 백색이다. 연목 개판부와 당골에 손이 들어가지 않을 정도로 좁아서 색을 칠하
는 것이 매우 힘들었다. 큰 붓으로 칠한 뒤 작은 붓은 붓대를 꺾어서 깊숙한 부분에 채색이 빠진 부분
이 없도록 하였다. 채도와 명도가 다른 색상끼리 서로 만났을 때 진한 색에 밝은 색이 만나면 진한 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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