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5 - 오산문화총서 3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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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웠다. 조선을 새롭게 할 경장과 탕평을 정책 목표로 제시한 것이다. 이 가운데 세 번째 융정
                       이 군제개혁이다. ‘꾸짖을 힐(詰)’이라는 글자가 의미하듯, 정조는 오군영의 군령체계를 바로잡

                       아 병조로 일원화하고 운영을 혁신하여 강군을 육성하려는 뜻을 분명히 드러냈다. 쓸모없는 군
                                                                                                     3)
                       영을 축소하는 것이 군제개혁의 시작임을 알리며 그 방안을 신하들에게 논의하도록 지시했다.
                       정조가 제시한 대안은 농병일치를 바탕으로 군대를 운영했던 국초의 오위제(五衛制)의 복원이

                       다. 이러한 목적에 따라 남한산성과 독산성의 수리 및 보수가 이루어지고, 화성 축성을 구상했
                       던 것이다. 여기에 군영을 운영할 재정마련을 위한 둔전(屯田)의 건설과 효율적인 운영 방안이
                       뒤따랐다.








                       Ⅱ. 1779년, 수어사 서명응의 남한산성 개축





                       2-1. 이용후생의 정신으로 수축한 남한산성



                                                                  4)
                         1779년 8월, 정조는 7박8일 간의 능행에 나섰다.  효종이 서거한 지 2주갑, 곧 120주년을 맞
                                                                        5)
                       아 경기도 여주에 있는 영릉(寧陵)을 참배하기 위해서였다.  국왕이 8일 동안 도성을 비우는 경
                                            6)
                       우는 매우 특별한 일이다.  능행에 앞서 정조는 수어사 서명응(徐命膺, 1716~1787)에게 남한산
                       성을 개축하도록 지시했다. 1779년 1월에 수어사에 임명된 서명응은 같은 해 정조의 명을 받아
                       남한산성을 수리하는 총책임자로 활약했다. 정조가 동궁으로 있을 때 학문을 가르쳤던 서명응

                       은 이용후생의 학문을 추구했던 실학의 대가였다. 규장각 제학을 겸임했던 서명응은 박제가의
                       급진적 개혁사상을 담은 <북학의(北學議)>에 서문을 써 주었는데, 서문의 첫머리는 이렇게 시작
                       된다.






                       3) 정조실록 5권, 정조 2년 윤6월 13일 신미 1778년
                       4) 정조실록에 이에 과한 기록이 아주 자세하게 기록되어 있다. 김문식의 책(<정조의 제왕학>, 태학사, 2007)에도 이를 알기 쉽도
                         록 정리하고 분석한 ‘1779년의 능행과 남한산성’이란 논문이 실려 있다.
                       5) 이때 정조는 세종의 영릉도 참배했는데, 우리나라의 문물과 예악이 세종대에 이룩되었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6) 16년이 지난 1795년 윤 2월 정조는 어머니 혜경궁의 회갑연을 축하하기 위한 8일간의 성대한 화성행차를 벌였다. 행사에 관한
                         모든 기록은 <을묘원행정리의궤>라는 책에 정리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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