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82 - 오산문화총서 3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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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도 북부권에서 활발하게 전승되었다 한다. ‘창세가’에서는 일월조정 과정에서 미륵이 해와
                      달을 하나씩 떼어 북두칠성과 남두칠성, 큰 별과 작은 별을 각각 만든다. ‘천지왕본풀이’에서도

                      박봉춘본에서 “대별왕이 해를, 소별왕이 달을 하나씩 없앴는데, 조정된 해는 동산새별이 되고,
                      달은 어시렁별이 되었다”며 ‘창세가’와 비슷한 내용을 보이고 있다. 또한 별을 중시하는 사상은
                      천지왕의 아들이며 이승과 저승을 다스리는 직책을 부여받은 대별이와 소별이의 이름에도 나타

                      나 있다. 창세신화뿐 아니라 별을 숭앙하는 서사무가는 지역적 차이 없이 전국에 걸쳐 두루 나
                      타난다. 이것은 우리 민족이 별과 별자리를 중시했다는 방증이며, 역사적으로는 북방계 유목민
                      족이 성신 숭앙과 관련성이 깊었다고 한다.



                      ② 쇠로 만든 활의 사용

                        일월조정 시 해와 달을 조정하는 기구로 활을 사용했다. 북부 지역의 창세신화 ‘창세가’에서
                      는 일월조정이 일어나나 창조주인 거인신 미륵이 손으로 떼어낸다. 중부 지역 ‘시루말’과 제주의
                      ‘천지왕본풀이’에 와서 쇠로 만든 활이 사용된다. 이것은 우리 민족에게 나타나는 중요한 특징

                      이다. 일월조정은 전세계적으로 나타나는 신화소이며 특히 중국의 다른 소수민족들의 신화에도
                      등장하는데 여기서는 그냥 활이라고 표현되며 우리의 신화에서와 같이 ‘쇠로 만든 활’ ‘천근 만

                      근되는 무거운 철궁’ 등의 표현은 나타나지 않는다 한다. 우리 민족을 활을 잘 다루는 민족, 동
                      이족(東夷族)이라 부르는 것과 관련된 내용이라 추측된다.


                      ③ 시대적, 지리적 관계
                        앞에서 다룬 대로 창세신화 중 ‘창세가’가 가장 오래된 형태며, ‘시루말’과 ‘천지왕본풀이’ 순
                      으로 시대의 흐름을 이어간 것으로 학계는 보고 있다. 지리적 상황으로 볼 때 북부 지역에서 중

                      부 지역을 거쳐 제주도로 전파됐다는 것이다. 시간과 공간을 거치는 동안 내용상으로도 변화가
                      있다. 편의상 표현하자면 창세신화는 원시신화에 가깝고 고대국가 성립과 함께 고대신화로 변
                      천하면서 나타나는 내용들이 ‘시루말’과 ‘천지왕본풀이’에 나타난다는 것이다. 고대신화로 넘어

                      오면서 중요시되는 부분이 부모의 혈통이다. ‘창세가’에서 나타나지 않는 부분이다. ‘시루말’에
                      서 선문이, 후문이의 출생과정이 고대 건국신화의 기본 형태로 체질변화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박종성은 『경기도 창세신화 ‘시루말’』을 통해 증명할 수는 없다는 전제로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우리나라 삼국시대에 형제가 같이 개국한 곳은 백제다. 비류와 온조 두 형제가 나라를 세우는
                      데 한 사람은 미추홀에, 한 사람은 위례에 세운다. 건국의 과정에서 두 형제의 갈등이나 다툼이

                      없었다고 한다. 이런 부분이 ‘시루말’의 인세차지 경쟁을 탈락시켰을 것으로 본다.” 삼국시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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