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78 - 오산문화총서 3집
P. 178

Ⅲ. 오산 ‘시루말’과 ‘창세가’ ‘천지왕본풀이’의 비교





                      1. 신화소별 비교



                      ① 천지개벽
                        창세신화인 ‘시루말’에서는 천하궁 당칠성이 인간세상에 내려와 인물추심을 다닐 때 그 시절
                      이 어떤 시절이냐며 노래하는데 그 시절은 “이때는 어느 때인가 떡갈나무에 떡이 열리고, 싸리

                      나무에 쌀이 열리고, 말머리에 뿔이 나고, 소의 머리에 갈기가 나고 온갖 짐승이 말을 하고 인
                      간은 말을 하지 못하던 시절”이다. 이 내용 중 ‘떡이 열리고, 쌀이 열리고’는 생식을 하는 시절이

                      며, ‘온갖 짐승이 말을 하고 인간은 말을 하지 못하던 시절’은 동물과 인간의 역할이 뒤바뀌었다
                      며 생식과 뒤바뀐 역할 자체를 태초의 시절을 표현한 것으로 해석한다. 즉 천지개벽의 또다른
                      표현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시루말’의 이 내용으로 천지개벽이 드러난다 하기에는 미약한 것이

                      사실이다. 일부 학자는 그런 면에서 ‘시루말’에는 천지개벽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한다.
                      이에 반해 북부 지역의 ‘창세가’는 미륵이라는 창조주에 의해 천지개벽이 이루어진다. “하늘과

                      땅이 생길 때 미륵이 탄생한다. 그때는 하늘과 땅이 서로 붙어 있었다. 하늘이 가마솥 뚜껑의 손
                      잡이처럼 볼록하게 도드라지자 미륵은 그때 땅의 네 귀에 구리 기둥을 세워 하늘과 땅을 분리했
                      다.” ‘창세가’는 이 내용과 같이 하늘과 땅이 붙어 있을 때 창세신인 미륵이 나타나 하늘과 땅을

                      분리해 오늘날과 같은 인간세상을 만든다는 사실이 명확하게 기록돼 있다. 또한 제주도의 ‘천지
                      왕본풀이’는 “태초에 하늘과 땅은 서로 붙어 있었고 암흑으로 휩싸여 한 덩어리였다. 이 혼돈 천
                      지에 갑자년 갑자월 갑자일 갑자시에 하늘의 머리가 자방(子方)으로 열리고, 을축년 을축월 을

                      축일 을축시에 땅의 머리가 축방(丑方)으로 열려 하늘과 땅 사이에 금이 생겼다. 이 금이 점점
                      벌어지면서 땅덩어리에서 산이 솟아오르고 물이 흘러내려 하늘과 땅의 경계가 더욱 분명해졌
                      다”고 돼 있다. 이 내용으로 보아 한 덩어리였던 인간세상은 어느 시기에 하늘과 땅이 갈라지고

                      산이 솟고 물이 흘러내려 개벽을 하게 된다. ‘창세가’와 다른 것은 ‘창세가’에선 창세신인 창조주
                      가 하늘과 땅을 분리해 개벽을 하는데 반해 ‘천지왕본풀이’에선 개벽이 스스로 이루어진다는 것

                      이다. 제2장 ‘시루말’의 특징과 의미에서 밝혔듯 ‘창세가’에서 ‘시루말’을 거쳐 ‘천지왕본풀이’가
                      계승됐다는 사실로 미루어 판단할 때 ‘창세가’에서 천지개벽을 하는 창조주 미륵의 존재가 그 이
                      후 ‘시루말’이나 ‘천지왕본풀이’에서처럼 창조주가 배제된 채 스스로 천지개벽이 이루어지는 것

                      은 창세신화에서 창세신에 대한 의미가 퇴조되었다고 볼 수 있다. 창세신의 의미가 퇴조된 원인




                      176  박문정
   173   174   175   176   177   178   179   180   181   182   1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