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76 - 오산문화총서 3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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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복의 마련(칡넝쿨로 베를 짜서 장삼을 해 입는다) ④물과 불의 발견 ⑤인류의 시원 ⑥인세차
                      지 경쟁 등으로 열거할 수 있으며, 이는 이 신화를 만든 집단의 사고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

                      다. 대략 살펴본 북부지역 대표 서사무가 ‘창세가’는 오산의 ‘시루말’, 제주도의 ‘천지왕본풀이’와
                      함께 우리나라 ‘창세신화’로서 중요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3. 제주도 ‘천지왕본풀이’


                        ‘천지왕본풀이’는 제주도 지역의 무속의례인 ‘초감제’에서 전승되는 창세신화로 ‘초감제’의 시

                      작을 알리는 굿거리다. ‘배포도업침’이라고도 한다. ‘초감제’는 굿을 할 때 신을 청하는 의식이
                      며 ‘천지왕본풀이’는 천지개벽이 이루어지고, 하늘과 땅이 갈리고, 바다와 산이 생기는 등 세상

                      이 이루어진 내력을 설명한다. ‘천지왕본풀이’는 굿의 한 거리를 지칭하기도 하지만 이때 불리는
                      무가를 말하기도 한다. 참고로 제주도에선 ‘신화’라는 표현 대신 ‘본풀이’란 단어를 쓰며, 무당을
                      ‘심방’이라 한다. ‘천지왕본풀이’를 간략하게 풀어쓴 내용은 다음과 같다.



                        “태초에 하늘과 땅은 서로 붙어 있었고 암흑으로 휩싸여 한 덩어리였다. 이 혼돈 천지에 갑자

                      년 갑자월 갑자일 갑자시에 하늘의 머리가 자방(子方)으로 열리고, 을축년 을축월 을축일 을축
                      시에 땅의 머리가 축방(丑方)으로 열려 하늘과 땅 사이에 금이 생겼다. 이 금이 점점 벌어지면
                      서 땅덩어리에서 산이 솟아오르고 물이 흘러내려 하늘과 땅의 경계가 더욱 분명해졌다. 이때 하
                      늘에서는 청이슬이 내리고 땅에서는 흑이슬이 솟아 서로 합수돼 음양의 상통으로 만물이 생겨

                      났다. 먼저 별이 생겨나고, 아직 태양이 없을 때 천황닭이 목을 들고, 지황닭이 날개를 치고, 인
                      황닭이 꼬리를 치니 갑을동방에서 동이 트기 시작했다. 이때 하늘의 옥황상제 천지왕이 해와 달

                      을 두 개씩 보내 천지가 개벽했으나 낮에는 더워 살 수 없고, 밤에는 추워 살 수 없었다. 어느 날
                      천지왕은 지상으로 내려가 총명부인(총맹부인, 박이왕, 바기왕으로도 불림)을 배필로 맞고자 했
                      다. 총명부인은 자신을 찾아온 천지왕을 대접할 생각으로 부자인 수명장자의 집에 가서 쌀을 빌

                      렸다. 하지만 마음씨 고약한 수명장자는 쌀에 모래를 섞어 주었다. 첫술에 돌을 씹은 천지왕은
                      수명장자의 악행을 듣고 집을 불태웠다. 며칠간의 동침 후 천지왕이 하늘로 올라가려 하자 총명

                      부인이 자식을 나으면 어찌할지 물었다. 이에 천지왕이 아들을 낳거든 이름을 대별왕 · 소별왕
                      이라 지으라 했다. 그리고 박씨 세 개를 자식들에게 주라고 했다. 천지왕이 하늘로 올라간 후 총
                      명부인은 아들 형제를 나았다. 형제는 자라나서 박씨를 심었고 박씨에서 움이 돋아 덩굴이 하늘

                      로 뻗어 올라갔다. 이에 형제는 그 덩굴을 타고 하늘에 올라가 천지왕을 만났다. 천지왕은 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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