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80 - 오산문화총서 3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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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추위와 홍수를 막는다는 의미인 것이다. 두 개씩인 해와 달을 하나씩 남겨두기 위하여 철궁
                      을 이용하여 일월을 조정한다고 한 설정은 ‘시루말’과 ‘천지왕본풀이’에만 나타난다. ‘시루말’의

                      내용을 보면 “이 시절에는 해와 달이 둘이었다. 형제는 해와 달 하나를 철로 만든 활로 쏘아 떨
                      어뜨려 해 하나는 제석궁에 걸어두고, 달 하나는 명도궁에 걸어두었다”고 기록돼 있다. 여기서
                      제석궁은 천상세계, 명도궁은 지하세계, 저승을 말한다. ‘시루말’은 조정한 해와 달을 각각 제석

                      궁과 명도궁이라는 곳에 걸어 두었다고 함으로써 해와 달을 제거하는 일월제치(日月除置)가 아
                      닌 일월조정의 의미를 갖고 있는 게 ‘창세가’나 ‘천지왕본풀이’의 경우와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천지왕본풀이’의 일월조정 내용을 보면 “이때 하늘의 옥황상제 천지왕이 해와 달을 두 개씩 보

                      내 천지가 개벽했으나 낮에는 더워 살 수 없고, 밤에는 추워 살 수 없었다. 아우 소별왕이 형 대
                      별왕에게 이승의 질서를 바로잡아 달라고 간청하자 대별왕은 활과 살을 가지고 해와 달 하나씩

                      을 쏘아 바다에 던져 하나씩만 남겼다”고 기록돼 있다. 여기서 활로 쏘아 해와 달 하나씩을 떨어
                      트리는 것은 ‘시루말’과 같지만 떨어트린 해와 달을 바다에 버리는 설정은 다르다. 해와 달을 없
                      애버리는 일월제치가 나타나는 것이다. 바다에 버린다는 설정도 바다에 둘러싸인 섬 제주의 환

                      경적 특징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또 하나 ‘시루말’과 다른 부분은 해와 달이 두 개씩이라서 인
                      간세상에 끼치는 부작용을 구체적으로 표현했다는 것이다. 해와 달이 두 개씩이라 낮에는 더워,
                      밤에는 추워 살 수 없다는 것과 이승의 질서가 어지러워졌다는 것이다(박봉춘 구연 제주 ‘초감

                      제’에는 “인간세상에 해와 달이 두 개씩이어서 사람이 죽는다고 하자 천지왕이 천근의 무쇠 살
                      과 활 둘을 주며 해와 달을 하나씩 쏘아 없애라고 명했다. 이에 대별왕이 해를, 소별왕이 달을
                      하나씩 없앴는데, 조정된 해는 동산새별이 되고, 달은 어시렁별이 되었다”는 기록도 있다). 마

                      지막으로 ‘창세가’는 창조주인 미륵이 단순히 두 개씩인 해와 달을 하나씩 떼어낸다는 설정인데
                      ‘창세가’의 일월조정이 ‘시루말’ ‘천지왕본풀이’와 차이가 있는 것은 해와 달을 제거하거나 보관

                      해 두지 않고 떼어낸 달 하나로 칠성별을 만들고 해 하나로 임금과 대신, 백성의 별을 만들었다
                      는 것이다. 이 또한 일월조정이다. 이와 같이 ‘시루말’ ‘창세가’ ‘천지왕본풀이’에 나타나는 일월
                      조정은 같으면서도 차이가 나며 세월의 변화를 읽게 해준다.



                      ④ 인간세상 차지 경쟁

                        비교 대상 세 개의 창세신화 중 ‘시루말’만 차이를 보인다. ‘시루말’ 내용을 인용하면 “형제는
                      천하궁으로 아버지를 찾아간다. 당칠성은 아들 형제를 만나 선문이는 대한국을, 후문이는 소한
                      국을 차지하도록 한다”는 내용만 있다. 인간세상을 차지하기 위해 어떤 방식으로든 경쟁하는 것

                      이 아니라 대한국과 소한국, 두 개의 나라를 나눠 사이좋게 다스리는 것이다. 아우가 소한국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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