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7 - 오산시 역사문화 이야기
P. 87
사과 배 뽕밭이 섬 안에 있었을 때
궂은 하늘 붉덩물 위를
시커먼 까마귀 떼가
까옥까옥 날았었다
남촌 사과밭 열매가 석양에 익고
양장집 누에가 비단 집 지을 때
곳곳 매가리간엔 소로 마차로
벼가마가 산에 산을 이루었고
오산내 넓은 모래밭엔 벼멍석이 깔리고
그 큰 가마장이 아랫장에 섰을 때
누런 벼 멍석 위엘
검은 까마귀 떼가
훨훨 날아들었다
박동 박후작(朴候爵)집 복사밭 개나리 노랗게 피고
보리밭 위 창공에 종다리 솟구칠 때
곳곳 앞뒤 도랑엔 맑은 물이 흘러
피라미 붕어떼 떼에 떼를 이루고
오산내 넓은 모래밭엔 봇삼군이 몰리고
넓은 들 운암들에 햇모가 파아랄 때
아지랑이 봄 하늘엔
검은 까마귀 떼가
짓궂게도 넘나들었다
궂은 날 장안날엔 까마귀 떼는
도수장간 양버들 위에 우지져댔고
암산 화장터에 불꽃이 인 날엔
철다리에서 까옥까옥 울어댔었다.
얄궂은 까마귀는 간 데가 없고
까악까악 까옥 소린 사라졌건만
들고 날고 이십 년에 설음만 느니
나 뛰놀던 날 옛날이
더욱 그립다.
구건 작가의 어린 시절엔 까마귀가 오산천과 운암들, 물에 잠긴 밀머리, 가마장,
박동, 산의 화장터에도 날아 다녔음을 알 수 있다. 바로 오산천, 운암들, 암산, 밀머
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