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64 - 오산문화총서 2집

黃海道平安道咸鏡道三道段 都掌務都色掌 各各本道都大房). 갑신년 오월 완문으로 호조의 처
분 「갑신완문’(1824) 팔도재인」. (강영화의 「한국전통예술신문」 기고 중).

재인청 성립을 1824년으로 주장하는 강영화는 “조선은 건국과 함께 고려의 팔관회, 연등회
와 같은 불교색의 가례를 폐하고 벽사진경의 차원에서 나례만 지속시킨 왕조다. 게다가 전문
예인들 모두가 팔천(八賤)의 하층민으로 분류된 마당에 전문예인들이 주체가 된 국가의 공식

기구는 상상조차하기 어렵다. 더구나 나례마저 인조(재위 1623~1649)에 이르러 사신맞이 산
대희와 같은 대외적 필요를 제외한 국내용 산대희는 모두 폐하고 만다. 팔도를 아우르는 ‘재인
청’의 성립 근거로 보고 있는 「갑신완문」의 경우를 보더라도 조선 후기는 칙명을 가져오는 사신

행차를 제외하고는 산대 설행과 같은 국가 차원의 축제가 사라진 상황이었으므로 굳이 국가
공식 기관으로서의 ‘재인청’을 설립할 이유가 없다. 재인청의 성립을 1824년으로 잡고 있는 이

유다”라고 덧붙이고 있다.
그가 제시한 「갑신완문」의 “인조 14년 칙명을 가져오는 사신의 행차를 위한 산대만 개최하
고(중략), 이 산대는 정조9년(1784년) 폐지한다”고 한 부분은 아키바 다카시의 『조선무속의 연

구』 「경기도창재도청안」 에 실린 대방 박성국(朴聖國)의 근서 내용과 같음을 알 수 있다. 그러
나 「갑신완문」에 나오는 도대방이나 도집강·도장무·도공원 등의 직위와 역할 등은 이종만이
밝힌 재인청의 조직과는 너무 다름을 알 수 있다.

『조선무속의 연구』 기록만으로 볼 때 ‘경기재인청’과 관련해 밝혀진 분명한 사실 중 하나는
재인청의 계원은 반드시 단골집, 즉 세습무가 만으로 한정되어 있고, 오로지 무악(巫樂)을 반
주하는 화랑, 줄넘기 등의 곡예를 연기하며 동시에 무악 연주자인 재인, 가무를 하는 예인, 무

악을 하는 광대가 포함돼 있다고 했다. 그런 만큼 ‘경기재인청’은 세습무가 주도할 수밖에 없는
조직이다. 세습무, 즉 화랭이가 도맡아 하는 마을굿인 경기도당굿과 경기재인청의 관계도 어

렵지 않게 추측해 볼 수 있다. 또한 재인청의 중요한 기능 중 하나가 사신이 왔을 때의 산대 설
행과 고을 수령 부임 환영연, 장원급제 등 양반들의 대소 축하연이었던 것으로 볼 때 재인청은
전통무용(궁중무용, 민속무용)뿐만 아니라 국악기 연주와 땅재주, 줄타기 등의 교육 등을 가르

치는 오늘날의 종합예술교육기관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왕권이 강화되고, 국제관계가 변화
하는 정조시대에 와서 산대가 폐지되는 등 재인들이 활동하기에 주변 환경이 열악해지면서 경

기재인청은 주 역할이 경기도당굿 연행으로 옮겨간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이런 과정에서 전
통적 무부 세력과 전문적 예인 세력의 갈등도 야기됐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갑오경장(1894
년)으로 인한 신분제 철폐도 비록 1920년대에 재인청이 폐청되지만 재인청의 결속력을 현저히

떨어뜨렸을 것이다.

262 박문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