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66 - 오산문화총서 2집
P. 266

를 담고 있는 경기도 유일의 무가다. ‘시루말’이란 명칭은 시루를 앞에 놓고 굿을 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시루말’은 크게 네 부분의 사설로 구성돼 있다. 첫째는 천지개벽과 혼돈의

                       시절, 둘째 천부지모(天夫地母)의 결연담, 셋째는 인간세상 시조의 출생과 좌정, 넷째는 일월
                       (日月)의 조정담이다. 내용을 간단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창세 때 자연상태에서 채집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고 비금주수(飛禽走獸)가 말을 하고 인간

                       은 말을 하지 못하는 시절이 있었다. 이후 천하궁 당칠성이 인간세상에 인물추심(人物推尋)을
                       다니다가 지하궁에 내려와 매화부인과 결연한 뒤 해몽을 해주고 하늘로 올라간다. 그 후 매화
                       부인은 혼자 선문이와 후문이 두 아들을 낳는다. 두 아들이 천하궁으로 아버지를 찾아가자 당

                       칠성은 선문이에게 대한국, 후문이에게 소한국을 각각 차지하게 한다. 그 당시에는 해와 달이
                       각각 두 개여서 사람들이 살기가 어려웠다. 형제는 활을 쏘아 해와 달을 하나씩 없애고 오늘날

                       과 같은 인간세상을 만들었다.”
                        오산의 ‘시루말’ 신화는 제주도의 ‘천지왕본풀이’와 함께 우리나라 창세신화로서 중요한 가치
                       를 지니는 자료다. 천상계의 남신과 지상계의 여신이 결합하여 인간계의 시조신을 출생시킨다

                       는 내용으로 보아 ‘단군신화’나 ‘주몽신화’ 등 건국신화와 비슷함을 알 수 있다.
                        ‘시루말’에 이은 ‘제석’은 한반도 전역에서 전승되는 제석신의 유래를 이야기한 무속신화이
                       며,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 설화이기도 하다. 한강이남 중부지방에선 스님이 쌀 세 알을 ‘당금

                       애기’에게 주어 이것을 삼킨 ‘당금애기’가 잉태하게 된 것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이야기가 생산
                       을 주관하는 생산신 신화로 형성된 것은 인간의 출산과 농작물의 결실을 유추시킨 것으로 보
                       인다. ‘당금애기’의 각 편은 전국적으로 60여 편이 채록돼 있는데 가장 먼저 채록된 것이 오산

                       의 이종만본 ‘제석’이다. 그만큼 오산의 12제차는 우리나라의 무속에서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
                        앞서 밝혔지만 경기도당굿은 세습무인 화랭이들이 연행했던 굿이다. 경기도당굿은 전라도

                       당산(堂山)굿이나 동해안 별신(別神)굿과 함께 세습무가 맡아서 하는 마을굿의 대표적 사례다.
                       그러나 이종만의 12제차는 경기도당굿이지만 마을굿보다는 무악 측면에서 가정굿(집굿)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갖고 있다. 아카마쓰 지조와 아키바 다카시가 12제차

                       를 채록했던 1930년대에는 어느 정도 가정굿이 성행했던 시기로 봐야 한다. 또한 1980년대에
                       이종만의 조카이자 제자였던 이용우가 연행했던 인천 동막도당굿과 중요무형문화재 조한춘과

                       이용우의 제자 오수복 등이 연행했던 부천 장말도당굿이 이종만 12제차와 커다란 차이가 없음
                       을 밝힌 연구논문도 있다. 이종만의 굿거리와 이용우의 굿거리가 일정한 관계가 있으며 경기
                       도 일대의 동일한 굿이 행해지고 있음을 짐작케 한다는 것이다.

                        경기도당굿의 문화예술적 특징을 1980·90년대 연행된 도당굿을 예로 들어 살펴보고자 한




                       264  박문정
   261   262   263   264   265   266   267   268   269   270   2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