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4 - 오산문화총서 2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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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따라서 화성유수부 역시 기존의 지방 수령체제하에서의 행정체제를 유지하면서 새로운 의
                       료기관을 설치하는 새로운 문제가 대두되었다. 결국 이것을 해결하는 방법은 도성에서와 같은

                       의료기관의 설립 대신 의과시험에 합격한 약원을 화성유수부에 임명하는 것이었다.
                        조선시대는 조정에서 지방 행정을 위하여 首領과 敎授를 반드시 파견하였다. 즉 국왕을 대
                       신하여 지방을 통치할 수령과 조정이 각 지방마다 학문양성을 위하여 설립한 향교에서 학생들

                       을 지도할 교수를 파견하는 것이다. 조선시대 전국의 행정구역에 대한 세세한 실정을 보여주
                       고 있는 『新增東國輿地勝覽』 官員條에 의하면 전국의 모든 지방의 관원 파견은 일치하고 있다.
                        이와 같은 현실에서 정조는 화성유수부에 기존의 수령인 유수와 향교의 교수 외에 醫學 1원

                       을 추가로 임명하였다. 즉 1793년에 수원도호부사를 화성유수로 승격시키면서 장용외사를 겸
                       하게 하고 화성유수를 보좌하는 判官을 임명하였다. 새롭게 임명된 판관은 정조가 돌아가신

                       이후 정조의 어진을 봉안한 화령전의 책임을 담당하기도 하였다. 정조는 판관 외에 화성유수
                       부에서 일어나는 각종 사건을 조사하는 檢律을 추가로 임명함과 동시에 醫學 즉 의관을 새롭
                       게 임명하였다.    4)

                        물론 1789년 7월 사도세자의 묘소인 현륭원을 천봉하기 위해 수원의 읍치를 팔달산 일대로
                       옮겨 신읍치를 조성할 때 약방을 새롭게 설치하였지만 약방을 책임질 의관은 조정에서 임명하

                       지 않았었다.   5)

                        화성유수부에 임명된 醫學은 조선시대 雜科에 의해 선발된 우수한 인재였다. 조선시대는 집

                       권적 관료제를 운영하는데 필요한 관리를 충당하는 방법으로 각종 官學을 설치하였다. 10學이
                       바로 그것이다. 10학은 儒學·武學·譯學·醫學·陰陽學·算學·律學·畵學·道學·樂學으로
                       국가 운영에 필요한 각종 전문 관리를 양성하는 관학이었다. 유학과 무학을 제외하고 雜學으로

                       규정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각 학문의 중요기관에서 학생들을 모집하여 교육시킨 이후 과거를 통
                       해 관료로 임명하게 하였다. 이중 의학의 경우 전의감에서 50명, 혜민서에서 30명 등 각종 기
                       관에서 총 140명을 양성하였다.       6)

                        따라서 이들은 지방의 의원 집안에서 家傳에 의한 의료교육이 아닌 철저한 국가 의료기관에




                       4) 『新增東國輿地勝覽』卷9, 水原都護府 備考 官員.
                       5) 『水原下指抄錄』권2, 庚戌 2月 10日條의 기록에 의하면 당시 수원부 관리 및 下輩들에 대한 시상이 있었을때 약방기명
                        진배감색(藥房器皿進排監色) 1인이 삼등으로 상을 받은 기록으로 보아 약방이 존재하였음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당시 약방을 담당하는 의관 임명에 대한 기록은 확인할 수 없다.
                       6) 이성무, 『한국과거제도사』, 민음사, 1997. 328~33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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