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8 - 오산문화 6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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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한잔의 여유
뜨개질 동아리 수업 어느 봄날의 물향기수목원에서의 월례회의
우리 아들 준서도 저 무리에 끼어 있으니... 다가 나도 하고 싶은 말이 생각나서 하려고 보면
우리 아이들이 책과 어우러져서 모범생처럼 반듯 나보다 더 민첩한 사람이 끼어들어 내 차례를 놓
하게 성장하는 모습을 머릿속으로 그림을 그리며 치기도 일쑤다. 대화 중 잠깐 이야기를 멈췄을 때
기대감으로 도서관 봉사를 시작했다. 지금은 그 스피드하게 끼어드는 것도 고도의 기술인 것을 알
그림을 내 머릿속에서 한참 전에 지워버렸다. 지 게 되었다. 신랄한 비판과 토론을 하다 보면 허기
금 생각해보면 얼마나 꿈같은 상상을 했는지 우리 가 지기 마련인데 우리나라 아줌마들은 인심도 넉
아들을 보며 꿈을 깨우고 있다. 넉하여 뜨개동아리 나올 때는 각자 하나씩 돌아
이제는 땀에 젖어있고 숨이 찰 정도로 뛰어노는 가게끔 먹을 양을 가져오신다. 그런 분들이 여럿
그 모습 자체로도 예쁜 아이들이 도서관 정수기 되시니 수업 끝난 후 다들 배가 불러서 점심을 못
의 물이 최고로 맛있는 물맛이었다고 어른이 되어 드신다고 하지만, 다들 점심은 무엇으로 먹을까 하
서도 잊지 못하는 좋은 추억이 되었으면 좋겠다. 고 벌써 말을 바꾸어 메뉴 결정을 하여 삼삼오오
도서관 봉사자중에 유독 손재주를 타고난 분이 나뉘어 아까 못한 이야기보따리들을 2차로 풀어
계시다. 실로 하는 뜨개질을 얼마나 잘하는지 도 낼 장소로 이동한다. 좋은 이웃들과의 유쾌한 수
안 없이 견본품만 보고도 설렁설렁 하는데도 작품 다를 떨고 나면 중학교 2학년 사춘기 딸과의 갈등
이 되어 진다. 봉사자들이 다들 부러워하고 배우 에서 나오는 스트레스를 한방에 날릴 수가 있다.
고 싶어 해서 뜨개질 동아리를 만들어 보라고 권 어느 이른 봄날 오산물향기수목원에서 도서관 월
유를 했다. 아파트 입주민들도 모집하여 드디어 맑 례회의를 진행한 적이 있다. 늘 아이들 손잡고 남
은누리뜨개방을 결성했다. 뜨개질은 손으로 하는 편과 함께 나들이 하며 여러 가지로 챙겨주는 엄
작업이기 때문에 입으로는 쉴새 없이 소통하는 용 마로서 제대로 예쁜 꽃들을 감상해볼 여유조차
도로 사용되어졌다. 여자들이 만나면 빠지지 않는 없었는데 회의를 빙자하여 자유로운 영혼들을 맘
시댁스토리, 출산스토리, 남편스토리, 자녀들스토 껏 누려주고 싶은 마음에 야외회의를 제의 했었
리, 저녁 반찬 공유 등 끊임없이 뿜어져 나오는 이 다. 자원봉사자선생님들의 표정이 썩 좋지만은 않
야기보따리가 한 가득이다.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 았다. 아줌마의 귀차니즘들이 느껴졌다.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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