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5 - 오산문화 6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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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VOL. 64 osan culture
절에는 현실 속에서만 관계를 만들어 갈 수 있었 건이 더 악화되면서 현재 3개월 이상 집밖에 나오
기 때문에 때로는 갈등하고 때로는 상처받고 그러 지 않는 은둔형 외톨이로 보이는 청소년은 10~30
다보면 좋든 싫든 자기만의 방법을 스스로 터득해 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사실 이 수치
나갔다. 그러나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꼭 현실에서 는 청소년만을 대상으로 한 것이고 전 연령층으로
사람을 만나지 않고서도 책을 보고 쇼핑도 하며, 확대해 보면 그 수치는 추산하기조차 무서워진다.
사람들을 만나고 관계를 이어갈 수 있는 가상공간 이렇듯 나를 표현하지 못하고 가두고 사는 세대에
이 생겼다. 특히 그 공간 내에서는 자신이 보여주 대한 이야기는 우리 사회 전체가 안고 있는 문제일
고 싶은 모습만 보여주고, 보여주고 싶지 않은 모 지도 모른다.
습은 숨길 수 있는 익명성이 있어 현재 타인과 만 우리사회는 은둔형 외톨이 문제를 아직은 개인의
날 때 스스로 느끼는 부담이 적다. 만나고 싶은 사 문제, 가족의 문제로 간주한다. 실제 가족 내에서
람만 만나고 피하고 싶은 사람은 마음만 먹으면 어 은둔형 외톨이 문제가 생기면 숨기기 급급하며 아
떻게든 따돌릴 수 있으며, 현재 나와 다른 다양한 이의 상태를 부모가 인정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나의 모습을 만들어 낼 수도 있다. 결국 이렇게 가 그러는 동안에 은둔형 외톨이가 된 아이는 점점
상공간은 현실세상에서의 나로부터 회피 혹은 도 더 자기만의 세계로 빠져들고 점점 가족과 단절되
피처가 된다. 처음엔 그저 일시적으로 잠시 귀찮아 며, 사회적 관계가 끊어지면서 무기력과 우울을 경
서 힘들어서 한 행동이 자신도 모르게 자기만의 험하고, 결국에는 스스로 무가치하다고 느끼게 되
공간에 자신을 가두어버리게 되는 것이다. 사실 처 면서 자살사고로까지 이어지게 되며, 그 반대의 경
음부터 은둔형 외톨이로 살아야지라고 생각하는 우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 기존에 가지고 있었던 사
아이들은 없다. 회나 가정에 대한 강한 원망과 분노를 키워가고 그
한국에 일본의 은둔형 외톨이 현상이 소개된 건 것이 결국은 불특정 다수에 대한 묻지마 살인 사
200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삼성사회정신건강 건 등 잔인한 범죄로 이어지는 경우가 있다. 최근
연구소 연구팀이 2000년~2002년까지 정신과 외 벌어진 묻지마 살인이나 강력 범죄의 경우, 청소년
래환자 2,40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연구 결과에 시절 은둔형 외톨이로 사회와 단절되었던 경험과
의하면 그 중 54명(2.2%)이 활동형 외톨이(기본적 관련 있다는 연구도 있었다.
인 사회활동은 하지만 친구가 거의 없는 사람), 31 사실 그들이 은둔형 외톨이를 스스로 선택한 것
명(1.3%)이 은둔형 외톨이인 것으로 조사되었다. 당 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들 또한 자신을 둘러싼
시 연구팀은 “은둔형 외톨이는 사회 변화에 따라 환경에 의해 떠밀려서 내린 어쩔 수 없는 결정이
점점 늘어날 것이며, 심각한 사회경제적 문제를 초 었고,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그 보다 나은 방법
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지만, 2017년 현재 그 때보 이 없다는 절실하고 막다른 선택에서 비롯된 경우
다 학교폭력, 가정폭력, 청년실업심화 등 사회적 여 가 많다는 것이다. 이 점은 그들이 스스로 그 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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