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7 - 오산문화 6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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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VOL. 64 osan culture
마을안의 사랑방
작은도서관
글 _ 김금옥 Ⅰ 맑은누리도서관장
달그락 달그락...
고사리같은 손으로 마음에 드는 스템프를 고르느라 집중하는 모습이 마치 중요한
사안을 결정하는 기업 대표님의 표정과 비슷하다. 7살 정진이는 늘 4살짜리 동생을
데리고 와서 동생 꺼 한권 본인 꺼 한권씩 책을 대출해간다. 대출할 때마다 스템프
를 찍어서 세 번째 마다 달콤 선물을 받아갈 수 있는 ‘독서달리기’라는 일종의 도서
관 이벤트이다.
스템프를 찍고 하는 다음 행동은 선물 받을 수 있는 숫자를 확인하는 것. 빨리 내
일이 되어서 마지막 남은 숫자에 쾅하고 스템프를 찍고 싶은 설레는 마음이 옆에
있는 나에게도 전달이 된다. 우리 아들과 친구인 4학년 민석이는 땀을 뻘뻘
흘리며 문 앞에 있는 정수기에 물을 한 모금 컵으로 몇 번 연달아 마시
며 ‘안녕히 계세요~~.’하며 누가 붙잡을 새라 쌩하고 나가버린다. 1
학년 때 처음 만났던 아이의 키가 벌써 저렇게나 많이 컸구나. 라
고 흐뭇하게 혼자 생각해본다.
민석이 같은 아이들이 참 많다. 도서관 앞 광장에서 신나게 뛰
어 놀다가 목이 마르면 도서관 정수기에서 물을 빼서 목만 축이
고 가는 아이들. 그런 아이들을 붙잡아 놓고 억지로 책을 읽히
고 싶은 마음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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