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6 - 오산문화 6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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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한잔의 여유
을 깨고 나오려는 의지가 있다 하더라도 이미 무너 은둔형 외톨이의 조건을 정의하고 다음과 같이 분
진 관계에서는 혼자서 벗어날 수 없음을 의미한다. 류하고 있다. 첫째 조건은 가끔 학교를 안 가고 일
또한 그들은 이전에 관계 속에서 수많은 실패와 좌 도 하지 않는다. 둘째는 현재 친한 친구나 같이 노
절을 경험하면서 받았던 상처를 고스란히 간직한 는 친구가 없거나 한 명이다. 셋째는 외출을 하지
채 생활하고 있다. 주변의 충분한 지지와 관심, 그 않고 집에서 잘 나가려 하지 않는다. 위의 세 조건
리고 인내가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중 하나에 해당되면 ‘잠재적 위험군’, 두 가지 이상
그리고 사회 시스템적으로는 복귀를 도와줄 수 있 에 해당되면 ‘위험군’, 위의 모든 조건에 ‘3개월 이상
는 상담 및 교육 등 다양한 시스템 마련도 필요하 학교를 가지 않고 일도 하지 않지 않는다.’가 포함되
다. 현재 일부 지역 청소년상담센터와 주민센터 등 면 고위험군이라고 한다.
에서 은둔형 외톨이를 위한 방문서비스 프로그램 청소년기는 질풍노도의 시기라고 한다. 정신적으로
(정서치료 프로그램, 대인관계 향상프로그램, 자기 도 육체적으로도 폭풍성장기이며 자기정체성을 확
계발프로그램 등)을 진행하고 있는 곳도 생겨나고 립해 나가는 예민한 시기이다. 아이 행동이 갑자
있지만, 무기력한 청소년들의 사회성 회복을 도와 기 변하거나 친구와의 관계가 멀어지고 혼자 있으
왔던 민간단체 ‘유유자적 살롱’이 6년 만에 결국 문 려는 모습들이 보이는 잠재적 위험군에 해당될 때
을 닫게 된 것을 보면 아직 사회적 인식이 터무니 아이가 더 이상 주변과의 관계를 끊지 않도록 아
없이 부족한 것 또한 사실이다. 이와 함께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신뢰로운
상담을 하면서 앞서 서두에 적은 아이처럼 친구들 가족관계 속에서 충분히 지지받고 있다고 아이가
에게 속마음을 제대로 털어놓지 못하거나, 그런 자 느낀다면 시간의 차이는 있겠지만 언젠가는 회복
신의 모습을 가면을 쓴 로봇 같다고 말하는 친구 될 것이다. 아이가 스스로를 자신의 세계 속에 가
를 가끔 만난다. 그래도 그런 아이들은 아직 힘을 두기 전에 우리는 아이들의 소리 없는 비명을 가슴
가지고 있는 아이들이다. 상담을 통해 충분히 대 으로 느껴야 한다.
인관계를 개선해 나갈 수 있다. 부모를 통해 오는
친구들도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부모와의 관계가
단절되면 아이를 상담센터에 데리고 오는 것도 쉽
지 않고 설령 온다 하더라도 그 불신의 벽으로 인
해 상담사와 안정된 관계를 맺는 데 시간이 많이
약력 현 용인대학교 학생생활상담센터 전문상담원
걸린다. 따라서 아이들이 마음의 문을 닫고 스스
전) 수원시청소년상담센터 상담원 근무
로를 가두기 전에 예방이 중요하다. 교육학박사 수료.(상담전공)
2006년에 실시된 한국청소년상담원 연구에서는 한국상담심리협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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