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7 - 오산문화 6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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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VOL. 61 osan culture
교에 입학한 후에 내가 다니는 중학교에서 일하 론 수업을 열심히 듣던 실제로 '토론'이라는 걸 해
시는 걸 알게 되었는데 그 선생님께서 2학년 초 보지 않는다면 그 수업들이 전부 무슨 소용일
반 쯤 내게 토론을 하자고 제안을 하셨다. 까?
그 당시엔 당최 토론이라는 게 뭔지도 모르겠 토론을 시작하기로 한 게 남 앞에 나서지 못하
고 토론이라는 단어에서 풍겨져 나오는 낯설고 는 나를 고쳐먹기 위해서인데 이런 식으로 하면
딱딱한 느낌에 거리감을 느꼈다. 계속 똑같을 게 눈에 선했다.
하지만 바로 그런 점에서 매력을 느끼게 되었 나는 마음을 고쳐먹기로 결심하고 더 열심히
고 남 앞에 나서는 연습이 필요하다고 절실히 느 토론 준비를 했다.
꼈기 때문에 아주 잠깐의 고민 후에 바로 승낙해
버렸다. 대회 당일, 마음을 고쳐먹은 게 무색할 정도
나 스스로에게 엄청나게 칭찬해주고 싶을 만 로 겁만 잔뜩 집어 먹은 채 지면 어쩌지 하는 걱
큼 아주 잘한 선택이라고 여전히 믿어 의심치 않 정의 늪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었다.
는다. 준비한 자료를 검토하면서도 속으로는 질 생각
그렇게 토론에 대한 수업을 듣고 대학생 선배 을 먼저 했었다. 대회장 안에 들어섰을 때 부정
분들께 멘토링도 받으면서 토론 수업을 시작한지 적인 생각들은 배가 됐었다.
거의 3개월 만에 토론대회에 나가게 됐다. 심사위원이 내 앞에 떡하니 앉아 있고 상대팀
맙소사, 대회라니!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은 우리와 마주보고 앉아 있었는데 그 때의 그
아직 내가 잘 하는지 못하는지 확신이 서지도 긴장감과 떨림이 아직까지도 잊혀지지 않는다.
않았고 남 앞에서 잘 말할 수 있는지도 모르겠는 반 쯤 채념하고 글씨만 뚫어져라 쳐다보면서
데 덜컥 대회에 나간다고 하니 얼떨떨했고 괜히 대충 내 차례가 오기까지 기다리고 있었다.
한다고 했나하는 걱정이 앞섰다. 그런데 이게 웬걸, 차례가 와서 말을 시작하니
‘아프다고 핑계를 대고 빠질까?’, ‘까먹었다고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는 것이었다.
하고 가지 말까?’ 하며 어떻게 하면 대회를 나가 내가 했던 모든 걱정들을 비웃기라도 하듯 실
지 않을까 심각하게 고민했다. 수 한 번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할 말을 모두 마
그렇게 한참을 고민하는데 갑자기 스스로가 치고 자리에 돌아와 앉았다. 그렇게 첫 승리를
한심해졌다. 거두고 왔다. 우리 팀이 이겼다는 말을 듣고 처음
‘뭐야, 아직 대회는 시작도 안했는데 왜 빠질 엔 ‘내가 잘못 들었나?’ 싶을 정도였다.
생각부터 하지?’ 하는 생각이 안에서부터 치고 ‘뭔가 속이 뻥 뚫리고 후련하다’는 느낌보단 허
올라왔고 나 자신에게 화가 났다. 탈한 감정이 앞섰다. 이렇게 하면 되는 걸 왜 그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말도 있는데 아무리 토 동안 하지 못한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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