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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80) ‘은영연도(恩榮宴圖)’를 통해, 삼일유가 시 연행한 땅재주는 「신등용문(新登龍門)」과 유득공(柳
得恭·1749~1807)의 『경도잡지』 「유가(遊街) 조」를 통해 살펴볼 수 있다. 민간에서 행해진 등과 잔치
에서 연행된 땅재주의 모습은 송만재의 ‘관우희’ 50수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연희 소요시간은 보통
30여 분이다. 땅재주 연희자는 크게 한강 이남의 세습무 집단 연희자와 한강 이북의 재인촌 연희자로
대별된다. 세습무 집단은 한강 이남의 대표적 땅재주 연행집단이다. 이들 집단에서 땅재주의 위상은
판소리 광대, 악사, 줄타기와 땅재주, 방석 화랭이 순으로 하위 기예에 속해 있다. 그래서 판소리 연
희자와 달리 땅재주 연희자는 줄타기 연희자와 함께 재인으로 구분되었다. 땅재주의 연행공간은 세
습무 집단의 경우 기본적으로 무업과 관련하여 구분된다. 무업이 있을 때 그들은 단골판을 중심으로
굿거리 내에서 땅재주를 연행한다. 하지만 무업이 없거나 무업을 더 이상 유지할 수 없게 되었을 때
는 단골판을 벗어나 과거급제자 잔치나 생일잔치 등에서 활동하는 모습을 보인다. 남사당패 땅재주
의 재담은 비정상적인 동작을 통해 양반을 표현하고 음담이나 비속어를 사용하여 그러한 동작을 설
명하면서 양반을 조롱하고 있다.
(12) 유술(요요기)
유술(柔術)은 상체를 뒤로 굽히기(下腰), 물구나무 서기(倒立), 다리 쳐올리기(踢腿), 공중제비 넘기
(跟斗)의 네 가지 기법을 기본으로 하는 ‘번금두(飜金斗)’에서 분화되어 독립적으로 발전한 잡기 종목
이다. 이는 신체의 유연성을 극대화하여 불가능할 것 같은 형태를 만들고, 이를 유지·완성하는 데
중점을 두는 기예다. 현대 서커스나 잡기단에서 유술은 유신술(柔身術)·연공(軟功)·연골공(軟骨
功)·축골공(縮骨功) 등으로 다양하게 불리는데 ‘유(柔)’ 또는 ‘연(軟)’이라는 단어에서 알 수 있듯이 팔
다리와 몸(특히 허리)의 유연성을 극도로 강조하면서 여러 가지 기예를 보여주는 연희다. 유술에서
요구되는 유연성은 물구나무를 서서 두 다리를 앞으로 넘기기, 정수리를 허리 뒤로 넘겨 다리 사이
로 넣거나 앞 어깨까지 닿게 하기, 연체동물처럼 관절을 자유자재로 움직이기 등 인체의 표준적인 운
동 범위를 넘어서는 것이다. 이렇듯 인체의 한계를 넘어서는 동작 때문에 유술의 연행은 강한 시각적
인 인상을 남긴다. 유술은 하요(下腰)·절요(折腰)·탈구(脫臼)·반궁(反弓)·원보정(圓寶頂)·진면
희(眞面戱)·도설면희(倒挈面戱)·두족입거(頭足入莒)·요요기(拗腰技) 등 다양한 명칭으로 불렸다.
중국의 한대 화상석 및 고분벽화에서 보이는 연희종목과 고구려 고분벽화에 묘사된 연희 종목들이
유사하다는 점에서 중국 및 서역과의 교류를 통해 유술 종목 역시 한반도에 전래되어 연행됐을 것으
로 추측된다.
오산시사
(13) 꼭두각시놀음(덜미)
제
6 조선시대 남사당패에 의해 전승돼 온 인형극으로 꼭두각시놀음만 1964년 국가무형문화재 제3호로
권
지정되었다 한다. 그 후 1988년 꼭두각시와 풍물, 버나(접시돌리기), 살판(땅재주), 어름(줄타기), 덧
뵈기(가면극) 등을 포함한 여섯 종목 모두 국가무형문화재로 확대 지정되었다. 꼭두각시놀음을 ‘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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