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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이러한 주민들의 인식에서 경기도의 다른 지역과는 매우 차별화된 독특한 장례문화가 만들어졌
                  던 것으로 보인다. 이 마을에서는 우리나라 남서 도서지역에서나 볼 수 있는 초분(草墳)의 풍속이 있

                  었다고 전하고 있다.
                    초분은 남해와 서해의 섬 지역에서 주로 행해지던 장례 풍습으로, 초빈(草殯)·고빈(藁殯)·출빈

                  (出殯)·외빈(外殯)이라고도 한다. 일단 땅 위에 올려 놓았다가 2~3년 뒤 뼈를 씻어 다시 땅 속에 묻
                  는 까닭으로 복장제(複葬制)·이중장제(二重葬制)라고도 하며, 현지에서는 빈수[殯所]·최빈(초빈)·

                  예빈(외빈) 등으로 부르기도 한다. 이 지역들에서 초분을 행한 것은 상주가 고기잡이를 나간 사이에
                  갑자기 상을 당하거나 죽은 즉시 묻는 게 너무 매정하다고 생각될 때, 또는 뼈에 영혼이 깃들어 있다

                  고 믿는 민간신앙 등 여러 가지 이유로 행해졌다. 문헌자료에도 전염병으로 죽거나 객지에서 죽었을
                  경우, 집안이 가난해서 장지를 구하지 못하거나 어려서 죽었을 경우 등에 한해 초분을 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그런데 원동 우촌의 이중장제는 일반적 초분의 유형과는 차별된다. 우촌에서는 상을 당하여 3일이

                  나 5일 뒤 매장을 하는 것이 아니라 시신을 안치하고 이엉을 엮어서 비에 맞지 않도록 하여 100일이
                  지난 뒤에 장사를 지냈다고 한다. 우촌의 이중장제는 적어도 해안과 내륙이라는 지역적 특색에서 기

                  인된 장례문화는 아닌 것이다. 여러 정황을 종합하건데 배꼽산이라 불리던 태봉과의 관련성만이 유
                  일한 단서가 된다.

                    일찍이 우리 선조들은 새 생명을 잉태하기 위하여 부부가 합방하는 좋은 날을 가렸으며, 천지신명
                  과 삼신할머니에게 좋은 아기를 점지하여 달라고 간절하게 기도를 드렸다. 그렇게 하여 잉태가 확인

                  되는 순간 새 생명을 잘 키우기 위한 태교를 시작하였던 것이다. ‘태(胎)’는 어머니와 아기를 이어주는
                  생명줄이며, 새 생명을 창조하는 영양의 공급원이었으며, 생명의 통로인 것이다. 그런 까닭에 선조들

                  께서는 아기가 태어난 후에도 태는 무엇보다 소중하게 다루었다. 탯줄을 한지에 곱게 싸고 명주실로
                  꼼꼼히 묶은 뒤 안방 높은 곳에 걸어 두었다가 아이가 아프면 건조된 태를 잘게 썰어 달여 먹이기도

                  했다. 또한 탯줄을 받아낸 지푸라기에 생명을 점지하여 주신 삼신할머니에게 감사의 인사로 상을 차
                  리기도 하였으며, 태를 깨끗한 곳에서 태워 재를 잘 갈아두었다가 태열(胎熱)을 다스리기도 하였다.

                  그만큼 태(胎)가 지닌 생명력에 대한 믿음이 각별했던 만큼 좋은 항아리에 태를 담아 묻는 장태 풍습
                  이 있었던 것이다.

                    남자의 태가 좋은 땅을 만나면 총명하여 학문을 좋아하고, 벼슬이 높으며 병이 없어진다 믿었으며,
                  여자의 태가 좋은 땅을 만나면 얼굴이 예쁘고 단정하여 흠모의 대상이 된다는 믿음이었다. 이런 점을

      오산시사        고려할 때 원동 우촌의 배꼽산이 태를 묻던 장소이거나 태실이 있던 곳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정황들을 들어 이 지역의 이중장제인 초분이 존재하였을 가능성이 열리는 것이다. 그러나

                  다만 왜 100일인지, 100일이면 과연 육탈이 되는지에 대한 해명이 필요하다. 그러나 만일에 100이라
      제

      6           는 숫자를 완성을 뜻하는 것으로 생각한다면 도서지역과는 또 다른 의미의 초분이 행하여질 수도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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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었으리라 추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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