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4 - 제6권
P. 64
이야기를 전하였다. 그랬더니 반성을 하기는커녕 아버지에게 섭섭하다는 것이다. 이놈의 노인네가
손자를 갖고 해코지를 해서 섭섭하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집 부모의 혼령들은 제삿날이 되어 가보면 대문 한쪽에는 호랑이가 잡아먹을 듯이 있고,
한쪽에는 용이 달려들어 들어갈 수가 없었다는 것이다. 이는 대문에 호랑이 호자(虎字)와 용 용자(龍
字)를 종이에 써 붙여놓았던 말이다. 게다가 엄나무를 대문의 중간에 묶어 놓았으며, 울타리는 탱자
나무를 심어 놓아 더군다나 집안으로 들어갈 수가 없었다는 것이었다.
이 이야기를 뒤집어 보면 이렇다. 우리가 제사를 지낼 때 대문을 열어두고 온 집안에 불을 환하게
밝히는 풍속이 왜 생겼는가를 생각하게 한다. 즉, 우리 선조들께서는 혼령이 올 때에는 대문을 통하
여 온다고 생각하였던 것이다. 그러니 대문에 용과 호랑이를 뜻하는 글자를 써 놓고 더군다나 문도
열어두지 않는다면, 혼령이 어디를 통하여 집안으로 들어간다는 말인가?
다시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면 이렇다. 당시에 이 묘의 주인인 혼령의 아들은 대문을 열어두고
제사를 지냈던 것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부모의 혼령이 다소 불편하기는 하지만 담장을 넘거나 문틈
으로 들어가거나 이러한 방식으로 제사에 참석하였던 것이다. 그런데 아들은 용호(龍虎) 두 글자를
대문에 부착한다. 제액소복하려는 당시의 풍속을 따랐던 것이다. 하지만 이 일이 부모의 혼령이 제사
에 임하지 못하게 한다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하였던 것이라 판단된다.
우리의 풍속에 소나무 가지를 송침(松針)이라 하여 대문간에 걸어두었던 일이나 엄나무를 문간에
걸어두고, 탱자나무로 울타리를 두르는 것은 그것들의 돋아난 가시가 사악한 기운을 내치는 기능이
있다고 믿었던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야기에 등장하는 아들은 엄나무를 대문에 매달고 탱자나무로
울타리를 두른다. 그러니 어떤 귀신이 이토록 철저하게 방비된 장벽을 넘을 수 있겠는가?
그러니 부모의 혼령이 섭섭하고 괘씸하게 생각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다만 이러한 일을 아들만
은 모르고 있었으며 고의가 아니었다. 그러니 부모의 혼령이 나눈 이야기의 내용을 전달하자 불쾌하
고 섭섭하게 생각하였던 것이다.
아무튼 우리의 풍속에 왜 엄나무를 대문에 걸어두는가와 탱자나무를 울타리로 하는가에 대한 이해
를 돕는 이야기라 판단한다. 그런 점에서 중요한 설화 한 편을 채록하였다는 보람이 있다.
(6) 구기자가 몸에 좋은 이유
구기자는 불로장생한다고 하여 진시황이 먹던 것이라 전한다. 다음의 이야기는 바로 구기자가 왜
오산시사 몸에 좋은 것인지를 설명하는 설화이다.
제 옛날 어떤 효자(또는 효부)가 있었다. 어머니의 건강이 좋지 않으셨는데 달리 약을 해드리지도 못
6
권 하였다. 겨우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이 매일 옹달샘에서 맑고 신선한 물을 떠다 드리는 것이 전부였
다. 그런데 어머니의 건강이 회복되는 것이었다. 효심이 지극한 아들은 어떻게 하여 어머니의 건강이
62 회복되는 것인지를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