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0 - 전시가이드 2025년 12월 E-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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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가이드 쉼터


        산타가 있네


        글 : 장소영 (수필가)











































        서랍을 정리하다가 오래된 크리스마스 카드 한 장을 발견했다. 가장자리는         으로 크리스마스 아침을 맞이한다. 이윽고 선물을 확인하고, 기쁨에 팔짝팔
        누렇게 변색되고 얼룩졌지만, 카드 속 산타는 여전히 생생하다. 막 세수를 마      짝 뛰며 자랑하기 바쁘다. 때로는 바라던 선물이 아니어서 실망도 하지만, 선
        친 듯 하얀 수염은 말끔하고, 붉은 옷은 눈밭 위에서 더욱 선명하게 빛난다.      물을 받았다는 안도감이 곧 기쁨으로 바뀐다.
        누구에게 보내려다 만 것일까. 만지작 만지작 해보지만, 기억은 이미 세월 속
        으로 퇴색한 듯하다. 그저 카드 속 성탄 풍경이 말갛게 마음속으로 스며든다.      그런 크리스마스였다. 모두가 기다리던 화이트 크리스마스이브, 캐럴이 울
        소복소복 하얗고 부드러운 눈이 산과 언덕, 옹기종기 모여 있는 집들과 길까       려 퍼지고 선물이 오가던 30여 년 전의 어느 밤. 미리 만들어 둔 커다란 트
        지 내려 덮는다. 밤이 되면 창문 너머 따스한 불빛이 부드럽게 새어 나온다.      리 옆에서 아이들은 케이크와 돈가스를 먹으며 신나게 뛰놀았다. 그런데 갑
        마당이나 실내의 크리스마스트리에는 알록달록한 꼬마전구에 불이 켜지며           작스러운 아빠의 재촉에 잠옷으로 갈아입고 잠자리에 들어야 했던 다섯 살,
        반짝반짝 영롱한 빛을 뿜는다.                                세 살의 형제. 눈은 초롱초롱한데 억지로 잠자리에 누워야 했던 그 밤, 현관
                                                        벨이 울렸다.
        소복소복 내린 눈은 산과 언덕, 옹기종기 모인 집들과 길을 덮고, 밤이 되면
        창 너머로 따스한 불빛이 새어 나온다. 마당의 크리스마스트리에는 알록달         한 번도 아니고 “띵동! 띵동!” 고요를 깨는 요란한 초인종 소리에 튕기듯 뛰쳐
        록한 꼬마전구가 반짝이고, 교회 종소리가 ‘댕그렁~ 댕그렁~’ 울려 퍼진다.      나온 아이들 앞에 산타 할아버지, 아니지? 산타 누나가 현관에 달아놓은 풍
                                                        경소리와 함께 요란스레 등장했다. 자신도 당황한 듯,
        아이들은 착한 일을 떠올리며 선물을 기대하고, 트리나 창가에 양말을 걸어
        둔 채 산타를 기다리다 어느새 잠이 든다. 꿈속에서는 반짝이는 코를 가진 루      “메리 크리스마스!”
        돌프가 마차를 끌고 나타나고, 산타는 호탕한 웃음을 터뜨린다.
                                                        인사를 건네는 목소리는 염소가 ‘메에에~’ 하고 우는 듯 떨렸다. 장갑도 끼
        평소와 달리 깨우지 않아도 아이들은 잠에서 덜 깬 눈을 비비며 설레는 마음       지 않은 작은 손, 턱에 겨우 걸친 수염, 어설픈 산타 복장으로 어정쩡하게 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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