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4 - 전시가이드 2025년 12월 E-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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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연 컬럼


         정미진 작가


        보이는 것을 넘어: 해부되고 결합된 일상


        글 : 이주연 (경인교육대학교 교수)






































        불도저_판넬 위에 혼합재료_72.7x60.6cm_2015               도시괴물 #1120_판넬 위에 혼합재료_45.5x37cm_2024








        <브리즈 아트페어>(Breeze Art Fair/2025.4.15.~20./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  로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그랜마 모제스(Grandma Moses, 본명 Anna Mary
        관)에서 정미진 작가를 처음 만났다. 과학수사요원을 꿈꾸었던 독특한 이력        Robertson Moses/미국/1860~1961)의 ≪Over the River≫(1945)를 떠올리
        의 정 작가는 서양화를 전공했지만, 다시 법정의학과를 수료하고 메디컬 일        게 한다. 그러나 ≪우리의 겨울≫이 지닌 미학적 강점은 컷아웃 된 풍경을 제
        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한 경력을 무기 삼아 작품에 분해와 해체의 시각적 전략        시함으로써 생략된 나머지 장면을 관람자가 확장적이고 자유롭게 상상하도
        을 적극적으로 도입한다. 그러나 이러한 분석적 방식과는 달리 이번 전시에        록 만든다는 데 있다. ≪우리의 겨울≫이 시각적 즐거움을 주는 또 다른 이유
        서 눈길을 끈 작품은 회화적 감수성과 서정적 정서가 두드러진 ≪우리의 겨        는 작품이 전하는 따뜻함 외에도 페이퍼 커팅(paper cutting)된 파피에 콜레
        울≫이었다. 필자의 미적 선호는 과감한 브러쉬스트로크와 풍부한 마띠에르         (papiers collés) 형상들이 서로 다른 높이로 중첩되며 형성하는 미묘한 거리
        가 빚어내는 페인터리한 회화적 표현성에 있지만, 크리스마스 이미지를 환         감과 공간감에 있다.
        기시키는 눈 내리는 이국땅의 아기자기한 서정적 겨울 풍경 또한 애정한다.
        ≪우리의 겨울≫에서 엿보이는 따뜻한 감정과 정서, 그리고 서사적 스토리텔링       한편 ≪도시괴물≫ 시리즈에서도 몽타주(montage)를 지향하는 콜라주(col-
        은 바로 이러한 선호와 맞닿아 있다. 작가는 겨울이면 빙판길로 변하던 경사       lage) 기법을 확인할 수 있다. 콜라주라고 하면 다다이스트(Dadaist) 슈비터
        진 작업실의 기억을 회상적 서정으로 전환함으로써 그 기억에 새로운 정서         스(Kurt Hermann Eduard Karl Julius Schwitters/독일/1887~1948)가 당대
        감과 즐거움을 부여한다. 이러한 서정성은 시골 마을의 계절 변화를 따뜻하        사회를 비판하기 위한 목적으로 자신만의 독자적인 방법이라고 선보였던 메
        게 묘사한 나이브 아트(Naïve Art) 계열의 이반 제네랄리치(Ivan Generalić/  르츠 빌트(merz bild)가 생각난다. 정 작가의 ≪도시괴물≫ 시리즈도 콜라주
        크로아티아/1914~1992)의 ≪Winter≫(1971)나, 겨울의 첫눈과 전원 풍경으  를 매개로 도시를 살아가는 현대인의 내면에 잠재한 모순된 감정과 사회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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