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9 - 전시가이드 2025년 12월 E-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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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덕 장육사 대웅전 비천도(출처 : 문화유산청 포털)






            비천도와 드가의 그림을 비교하자면 춤추는 몸을 그렸다는 점에서 비슷하지         비천도의  핵심
            만, 실제로 마주 놓고 보면 회화적 세계관에서부터 표현 방식까지 완전히 다       은  선(線)이다.
            르다.                                             동양  회화에서
            비천도의 색은 상징과 규범을 따르지만 드가는 감각과 빛의 변화를 따랐다. 조      선은 움직임 그
            명의 반사, 희뿌연 무대, 의상의 질감 등을 몽환적이면서도 현실적인 분위기로      자체를  전달하
            묘사하였으며, 색에 상징적 의미는 없이 파스텔과 유화를 중심으로 빛에 따라       는  가장  중요
            변화하는 색감을 섬세하게 표현하였다.                            한 요소로서 비
                                                            천의 유연한 동
            비천도는 화면 전체를 평면적 구조로서 원근법 대신 압축된 불교적 공간인 현       작,  길게  펄럭
            세와 다른 차원의 세계를 나타냈다. 옷자락과 띠가 달린 천의(天衣)의 흘러내      이는  천의,  옷
            림과 펄럭임은 유영(遊泳)하듯 부드러운 리듬을 만들며 공중을 날아다닌다.        의 주름이 만들
            초월적이고 상징적 공간, 이상화된 인물의 얼굴, 정형화된 의복 패턴, 일정한      어내는  율동감
            도식화에 따라 묘사하여 개개인의 개성을 표현하기보다 불국토의 존재로서          등은 모두 필선
            의 상상력을 담았다.                                     에서 비롯된다.
            드가는 종종 비대칭 구도, 잘린 프레이밍(framing), 사선 시점을 사용하여 관
                                                                       드가, 발레수업, 85×75cm, 캔버스에 유채, 1871~74년,
            객이 마치 무대 가까이에서 몰래 관찰하는 듯한 시선으로 현실의 무대 공간을       드가는 반대로
                                                                       파리 오르세 미술관 (출처 : 위키백과)
            즉흥적으로 포착하여 우연한 구도를 강조하였다.                       선보다는 몸의
                                                            형상과 빛을 이용하여 인체의 구조를 표현하는 방식을 취하며, 형태의 구조감
            비천은 인간이 아니다. 팔과 다리는 가늘면서 길고, 몸은 무게감이 거의 없는      을 중요하게 여기면서 볼륨과 질감을 살려 발레리나의 몸을 표현하였다. 즉 비
            듯이 공중을 날아다니면서 춤을 추고, 음악을 연주하며, 경전을 예경하는 천       천도는 선의 흐름, 상징의 색, 여백의 공간으로 신적 존재의 움직임을 그렸다
            상계의 존재로서 신체 표현에서도 현실감을 벗어나 있다.                  면 드가는 형태, 질감, 순간의 빛을 통해 인체의 실재적 움직임을 포착하였다.
            반면 드가의 발레리나는 현실의 인간이다. 무대에서 발끝으로 버티며 균형을
            잡고, 연습실에서 땀을 닦고 있는 모습까지 솔직하게 그려냈다. 무희들의 몸       또한 비천도의 색은 단청과 불화의 전통적 색상의 강렬하고 신성한 원색을 사
            짓, 성격, 심리적 순간까지 포착하며, 인체의 유연함, 근육의 긴장, 표정의 미세   용하였으며, 색 자체가 현실의 모습을 묘사하기보다는 천상계를 상징하는 의
            한 움직임까지 극도로 사실적 묘사가 중심이었다. 인간의 육체가 가진 무게와       미를 담고 있다. 반면 드가의 작품에 쓰인 색은 광선의 영향을 고스란히 담고
            긴장감을 사실적으로 포착한 것이 드가 회화의 핵심이라 생각된다.             있다. 무대에서 비추는 따뜻한 조명의 불빛, 연습실의 자연광 등 빛에 의해 변
                                                            화하는 색은 상징이 아니라 관찰된 순간의 빛을 표현한 것이다.
            비천도는 화면의 공백이 많은 편이다. 비어 있는 듯 보이지만 사실 그것은 비
            천이 날아다니는 허공 자체를 표현한 것이고, 여백은 단순한 빈자리나 미완성       이렇듯 비천도와 드가 작품의 발레리나는 순각적인 움직임을 아름답게 표현
            의 공간이 아니라 초월 세계를 상징하는 중요한 회화적 요소이다.             한 예술이라는 점에서 서로 묘하게 닮은 면도 있지만 서로 다른 움직임의 미
            이에 반해 드가는 여백보다는 현장감을 중시했다. 발레리나의 치마 끝이나 어       학을 그린 작품이다. 한쪽은 인간 너머에 있는 상상의 세계를, 다른 한쪽은
            깨가 화면 밖으로 잘려 나가는 클로즈업 구도를 자주 썼고, 마치 카메라로 순      인간 본연의 세계를 더욱 깊숙이 충실하게 들여다보았다는 데에서 큰 차이
            간을 잡아낸 듯한 프레임을 잡았다. 비천도가 무한한 상상적 공간을 향해 열       가 있지 않을까?
            려 있다면, 드가는 물리적 공간 속의 장면을 정확하고 탄탄하게 포착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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