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8 - 전시가이드 2025년 12월 E-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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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청과 컨템포러리 아트




































              영덕 장육사 대웅전 전경(출처 : 문화유산청 포털)


        영덕 장육사의 비천도(飛天圖)와                               색상이나 문양도 무척 아름답다.

        드가(Edgar De Gas)의 발레리나                          비천도는 대웅전 내부의 비스듬히 설치된 빗반자에 그려진 천장화로서 그려
                                                        진 시기나 그린 사람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내용을 알 수 없으나, 1764년(영조
        글 : 박일선 (단청산수화 작가, (사) 한국시각문화예술협회 부회장)          40) 그려진 것으로 추정되는 이곳의 영산회상도나 지장보살도와 비슷한 양식
                                                        을 보이고 있어 비천도의 조성도 비슷한 시기일 것으로 추정한다. 비천도는 비
                                                        천의 옷자락과 띠, 구름무늬의 곡선 등이 연속적인 선(線)의 흐름으로 구성되
        사찰에서 만나는 비천도(飛天圖)는 언제 보아도 마음에 위안을 주는 그림이        어 있다. 날아오르는 비천의 동세(動勢)는 실제 순간을 포착한 것이 아니라 초
        다. 공중을 날며 춤과 음악, 공양을 올리는 비천의 모습은 현실과 다른 차원의     월적 존재의 움직임으로서 바람의 방향, 의복의 휘날림, 악기의 각도 등을 상
        도상을 품고 있다. 경상북도 영덕에 있는 장육사(莊陸寺) 대웅전의 비천도를       징적이고 정형화된 형식으로 표현하였다. 아울러 상징적인 선의 흐름과 단청
        보니 문득 서양 미술에서 ‘움직임’하면 떠오르는 에드가 드가(Edgar De Gas,   색채의 청·적·황·백·흑을 기반으로 한 오방색의 조화가 기본 구조를 이룬다.
        1834~1917)의 발레리나가 생각났다. 동서양의 서로 다른 문화권이지만 움직    색은 자연의 빛보다는 상징적인 의미를 우선하였으며, 선은 굵기의 변화와 농
        임을 그렸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비교를 이룬다.                       담, 속도감 있는 필선, 규칙적이면서도 자유로운 흐름을 특징으로 명확한 윤
                                                        곽선과 채색의 대비를 통해 장엄함을 강조하였다.
        영덕 장육사는 1355년(공민왕 4)에 나옹선사(懶翁禪師, 1320~76)가 창건하
        였다고 전해지는 고찰로서 대한불교조계종 제11교구 본사인 불국사(佛國寺)        드가는 우리가 잘 알다시피 클로드 모네(Claude Monet, 1840~1926)나 피에
        의 말사(末寺)이다. 절 이름은 주변의 산세가 발이 여섯 개인 거북을 닮았다고     르 오귀스트 르누아르(Pierre Auguste Renoir, 1841~1919)와 함께 대표적인
        해서 붙여진 것으로 장(莊)은 한길 장으로 새길 때는 여섯 갈래의 큰 거리를 뜻    인상파 화가로서 무대 위에서 공연을 하는 발레리나들이나 그들이 연습을 하
        하며, 륙(陸)자도 여섯 육으로 새길 때는 숫자 육(六)의 대용으로 쓰였기 때문    고 있는 장면을 그린 회화를 많이 남겼다. 발레 장면을 집중적으로 그리기 시
        에 두 글자 모두 6을 상징한다. 명당의 지세를 갖춘 이곳에서 나옹이 신성한      작한 것은 어느 날 파리 오페라 극장에서 발레를 본 이후라고 하며, 당시에 인
        정기를 받고 태어나 고향에 세운 절로서 발이 여섯 개인 거북의 모습인 산을       기가 높은 발레리나들을 그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상징하여 이름을 장육사로 지었다고 한다.                          초기에는 고전주의적 화풍에서 출발했으나, 점차 근대적인 일반 서민들의 일
                                                        상 공간에서 순간적인 찰나의 움직임과 아름다움을 포착하여 그리는 독자적
        이곳 대웅전은 정면 3칸, 측면 3칸의 겹처마이며, 지붕은 옆모습이 사람 인(人)   인 수법을 썼다. 특히, 보는 각도를 바꾸어 가면서 정확한 데생과 풍부한 색
        자 모양의 맞배지붕을 한 건물로서 처마를 받치고 있는 공포는 기둥 위에만 있      감으로 무희를 모델로 그린 작품이 많아 '무용의 화가'로 불린다. 발레리나
        는 주심포 양식으로 건축되었다. 1395년(태조 4)에 태조와 그의 부인 신덕왕    의 동작 하나하나, 순간의 비틀림과 균형, 척추의 각도 등을 사실적으로 묘
        후 강씨를 기리기 위해 지방 관리들이 중심이 되어 건립하였다고 하며, 1677     사하였다.
        년(숙종 3)에 수리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단청은 연화머리초를 하고 계풍      움직임 자체보다 몸이 움직이기 직전 혹은 직후의 긴장, 즉 찰나의 움직임
        에 여러 가지 금문을 넣은 갖은금단청으로 장엄하여 화려하기 이를 데 없으며       을 포착하여 선보다는 인체의 볼륨, 빛의 반사 등으로 운동감을 표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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