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3 - 전시가이드 2022년 06월 이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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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보도자료는  crart1004@hanmail.net  문의 010-6313-2747 (이문자 편집장)











                                                             넝쿨은 혼자 존재할 수 없고, 벽이 필요하다.
                                               벽은 넝쿨 덕분에 그림자를 얻는다. 그 그림자는 시시각각 변화하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
                                                      잠깐이라도 변화하지 않으면 그림자의 주인은 죽은것과 다름없다.
                                                                 예술의 역할이 바로 그것이다.











                                               글 : 김혜현 (레드부츠 갤러리 대표)

                                               불교 비유경의 우화 '안수정등'에는 미친코끼리를 피하기 위해 우물안의 넝쿨에 매달려 있는 사람이
                                               등장한다. 그 넝쿨은 흰쥐와 검은쥐가 갉아대고 있어서 언제 끊어질지 모르는 상황이다. 하지만 그
                                               찰나의 순간에도 넝쿨을 타고 흘러내리는 꿀 몇방울에 그 사람은 혀를 내밀어 맛을 본다. 그리고
                                               자신의 상황을 곧 잊고 꿀의 달콤함을 즐긴다. 이 우화에서 우물은 세상을 표현하고, 넝쿨은 사람의
                                               목숨을 말한다. 흰쥐와 검은쥐는 낮과 밤을 의미하기에 우리의 목숨이 시간에 한정되어 있음을
                                               나타낸다.

                                               처음 이 우화를 접했을때, 인간의 일생이 얼마나 허황된 것 투성이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시간이 조금 흐른뒤, 다시 한번 이 우화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니, 인생에 대해 좀 더 멀리, 깊이
                                               바라봐야 함을 알게 되었다.
                                               세상에 태어난 사람들은 한정된 시간안에서 존재하기에 모든 순간이 오히려 더 소중하고, 꿀도 몇
                                               방울 밖에 되지 않기에 더 중요하게 느껴진다. 그 순간의 찰나일 수도 있는 인생에서 정말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다면, 그 사람의 인생은 행복하지 않을까? 나는 그 꿀이 '좋아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이명숙 작가의 작품속에서 우리는 매력적인 삶의 본질을 발견하게 된다. 그것은 흐릿해서 보이지
                                               않을 때도 있다.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인생의 본질은 무엇이며, 각자의 달콤한 화두는 또 무엇인지
                                               고민하게 된다.

                                               넝쿨은 혼자 존재할 수 없고, 벽이 필요하다. 벽은 넝쿨 덕분에 그림자를 얻는다. 그 그림자는
                                               시시각각 변화하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 잠깐이라도 변화하지 않으면 그림자의 주인은 죽은것과
                                               다름없다.  예술의  역할이  바로  그것이다.  살아있어  벽에  매달린  넝쿨을  아름답고  가치있게
                                               표현하고, 원하는 무엇으로도 모양을 바꾸어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낸다. 관람자들은 전시를 통해
                                               넝쿨을 붙잡고, 질문을 던질 것이다. '나의 삶은 얼마나 가치있는가?, 그것은 힘들어도 손을 놓지
                                               않을만큼 나에게 소중한것인가?'



                                               ◀ 나도 나무4/34. 5X160cm, 장지 위에 광목 수묵 담채,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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