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57 - (사회돋보기)노규수 컬럼집-본문(최종)_Ne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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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이루고자 했듯이, 김구 선생은 ‘나의 소원’에서 “무릇 한 나라가 서서 한 민족
이 국민 생활을 하려면 반드시 기초가 되는 철학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 “그것이 없으면 국민의 사상이 통일되지 못해 더러는 이 나라의 철학에
쏠리고 더러는 저 민족의 철학에 끌리어 사상의 독립, 정신의 독립을 유지하지
못해 남을 의뢰하고 저희끼리는 추태를 나타낸다.”고 지적했다. 그도 “공자, 석
가, 예수의 도(道)를 배웠고, 그들을 성인으로 숭배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민
족의 정신이 없으면 내부에서조차 “혹은 종교로, 혹은 학설로, 혹은 경제적·정
치적 이해의 충돌로 두 파, 세 파로 갈려서 피로써 싸운다.”고 안타까워했다.
일본의 아베 총리가 지난 4월 28일 ‘천황폐하 만세!’를 외친 이유에 대해 그는
스스로 “일본의 미래를 향해 희망과 결의를 새롭게 하고 싶기 때문”이라고 분명
히 했다. 그것이 바로 그들의 철학이었다.
아직도 왕조시대인 일본에게 ‘천황폐하 만세’가 있다면, 우리에게는 더 유구
한 역사의 ‘홍익인간 만세’ 문화와 철학이 있다는 것이 김구 선생의 가르침이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홍익인간 만세’는 물론이요, 그 어떤 ‘만세’도 찾아보기 힘
들다. 국민적 구호가 메말라 있다는 뜻이다.
그것은 불행하게도 숱한 역사의 질곡이 남긴 패배주의가 몸에 밴 까닭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의 미래를 향해 희망과 결의를 새롭게 하는” 만세
부르기를 은근히 어색해 한다. 당당하게 만세를 부르자고 강조하는 정치세력이
나 지도자도 그리 많지 않다. 고작 3.1절이나 광복절 같은 국경일에나 간혹 부를
뿐이다.
그래서 도올 김용옥 교수가 13년 전 우리 민족이 한동안 홍익인간을 되살리
지 못한 것을 ‘자기 배반의 역사’라고 질타하고 나섰던 것이다. ‘민족 내부의 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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