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55 - (사회돋보기)노규수 컬럼집-본문(최종)_Ne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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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와중에 지난 4월 28일, 일본 동경에서 갑자기 우렁차게 세 번 울려 퍼진

                소리가 있었다. 그 소리는 바로 우리 대한민국에까지 강하게 들려왔다. “덴노헤

                이카 반자이!… 덴노헤이카 반자이!… 덴노헤이카 반자이!” 만세삼창 소리다. 우
                리말로는 천황폐하 만세(天皇陛下 萬歲), 천황폐하 만세(天皇陛下 萬歲), 천황폐하 만세

                (天皇陛下 萬歲)였다.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 승전국인 미국과 영국 등 48개국과 맺

                은 1951년의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 발효 61주년을 기념하는 자리에서다.

                  만세삼창을 부른 장소는 동경 시내 일본 헌정기념관. 그들은 만세를 부르면서
                이른바 ‘주권회복ㆍ국제사회 복귀 기념식’을 당당하게 개최했다. 아키히토(明仁)

                일왕 부부, 중ㆍ참의원 의장 등 현대 일본의 지도자 400여 명이 그 자리에 참석

                했다.

                  그 기념식에서 아베 신조(安倍晉三) 총리는 “(일본이) 지금까지 걸어온 족적을

                생각하면서 ‘미래를 향해 희망과 결의’를 새롭게 하고 싶다”고 역설했다. 한국
                등 주변국을 의식해 주저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패전 후 처음 부른 ‘천황만세’

                삼창에는 총리, 중ㆍ참의원 의장 등 단상에 있던 3권 수장과 국회의원들이 가세

                했다고 한다.

                  불행하게도 우리 민족은 지난 700여 년간 ‘만세(萬歲)’를 부를 수 없었다. 고려
                말에 원(元)나라의 부마국이 되면서부터다. 만세는 황제국이나 부를 수 있는 것

                이기에 제후국인 조선도 500여 년 동안 만세보다 등급이 떨어지는 천세(千歲)를

                불러야 했다. 그나마 천세마저도 1945년 해방 이전까지는 부를 수 없었다. 부를

                수 있는 만세란 오직 “덴노헤이카 반자이!” 뿐이었다.

                  우리는 지금 ‘대한민국 천세!’가 아닌 ‘대한민국 만세!’를 당당히 부를 수 있
                다. 기업의 이름을 넣어 “OO산업 만세!”라고도 외칠 수 있다. 학교 이름을 넣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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