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1 - (사회돋보기)노규수 컬럼집-본문(최종)_Ne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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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들이 아직도 즐비하다. 그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사기꾼들의 눈속임에 넘어가
여전히 지하철 2호선에 몸을 싣고 있다.
불법조직일수록 자신들은 제대로 된 회사라고 말한다. 이번에는 진짜고 회사
가 망해도 손해 보지 않는 앞번호를 줄 테니 빨리 와서 회원등록을 하라고 재촉
한다. 얼마 전에는 선릉역 5번 출구에서 줄기세포 건으로 만나자던 사람이었는
데, 1주일 전에는 역삼역 4번 출구에서 미국진출 한류프랜차이즈 건으로 보자
고 하더라도, 미덥지 않지만 오직 잃어버린 돈을 찾겠다는 생각에 그를 만나러
가는 것이다.
그런데 그 사람이 어제는 다시 강남역 1번 출구에서 주식투자 건으로 보자고
했다. 그리고 오늘은 사당역 8번 출구에서 아프리카 금광개발 건으로 기다리겠
다고 하는 바람에 결국 또 한 사람의 ‘지하철 2호선 돌아이’는 탄생하게 된다. 지
하철역을 돌아다니며 무슨 역 몇 번 출구에서 보자고 전화하는 사람이나, 이번
에는 진짜겠지 하는 심정으로 그를 찾아가는 사람이나 모두 가슴에 피멍이 들어
있기는 마찬가지다. 한탕을 노리는 불법 다단계판매·유사수신, ‘떴다방’ 때문
이다.
그래서 나는 지하철역을 전전하는 사람들이 더 이상 불법 상술에 빠지지 않도
록 2001년과 2002년에 걸쳐 시민운동 단체를 두 개씩이나 만들어야 했다. 지하
철역 주변에서 무려 30여만 건의 피해사실을 접수하고 불법조직으로 넘어간 돈
을 환불받게 하거나, 피해자를 구제하기 위해 힘겨운 법적 투쟁을 벌이기도 했
다. 2011년 4월에 들어서는 봉천역에 ‘종점’을 꾸며, 그 안에 불법 다단계판매
피해로 가슴을 난도질당한 사람들이 머물 수 있는 ‘영원한 쉼터’를 만들고 싶었
다. 더 나아가 그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병원’을 만들고 싶었고, 미래를 향해 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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