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3 - (사회돋보기)노규수 컬럼집-본문(최종)_Ne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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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유흥가가 밀집했던 강남 지하의 2호선 전철과 지상의 테헤란로가 제대
로 활기를 띠게 된 것은 IMF 외환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김대중 정부가 1998년
부터 펼친 벤처창업 지원정책 때문이었다. 직장을 잃은 사람들이나 직장을 잡지
못한 젊은이들이 IT 창업 ‘대박 신화’를 꿈꾸며 테헤란로에 속속 모여들기 시작
했었다. 그래서 우리나라 저축은행 본점의 50% 이상이 아직도 테헤란로에 밀집
되어 있다.
하지만 벤처열기의 거품은 심각했다. 일부 회사를 제외하고 코스닥 상장 주식
도 쪽박이었다. 결국 ‘대박 신화’를 노리던 벤처기업들은 보다 임대료가 저렴한
구로디지털단지 등 외곽지역으로 이전해야 했고, 그 빈 사무실을 다단계판매 업
체들이 메우기 시작했다. 공제조합이 출범하기 전인 2000년대 초에는 300~400
개의 다단계 업체들이 테헤란로에 집중되어 있었다. 이제는 그 다단계판매사들
도 대부분 공제조합(특수판매, 직접 판매)의 소비자보호 시스템을 충족시키지
못한 채 모두 뿔뿔이 흩어졌다. 현재 공제조합에 가입된 회사들은 고작 90여 개
남짓이다. 이들이 암웨이 등 외국계 기업들과 힘겨운 시장쟁탈전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나는 건전 다단계판매 국내 기업들이 많이 탄생하기를 진정으로 바라고 있다.
그들과 함께 과거 지하철 2호선에서 만났던 사람들이 모여 ‘잊혀진 계절’을 노
래하면서 이제는 진정한 ‘강남스타일’을 노래하고 싶다. 싸이의 노래가 가식적
인 삶을 풍자한 것이라면, 나는 그것을 진정한 ‘해피스타일, 행복스타일’로 전환
시키고 싶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지하철 2호선 승객들이 머무를 수 있는 ‘대합
실’을 1호선 독산역에 건축 중이다.
(2013. 01.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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