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5 - (사회돋보기)노규수 컬럼집-본문(최종)_Ne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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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나무과수원에 나무를 심을 때
570여 년 전 조선 세종 때, 예정에 없던 과거시험을 치른 일이 있다. 요즘으로
치면 특별전형을 한 셈이다. 사연은 이렇다. 세종이 1436년 봄 농사철을 맞아 지
금의 서울 서교동, 망원동 일대로 시찰을 나간 일이 있었다. 서교(西郊. 도성 서쪽 현
재 신촌 일대의 들녘)에서는 농사짓는 농부들을 격려하며 술을 내렸고, 희우정(喜雨亭.
효령대군이 세운 정자. 현재 양화대교 북단 양화진 서쪽 강변북로 옆에 있는 망원정)에 이르러 한강
을 지키는 수군들이 화포 쏘는 것을 보고 돌아설 무렵 유생 282명이 길가에 늘
어서서 자신들에게 한성시(漢城試)라는 과거시험 응시 기회를 달라고 간청하는
것이었다.
요즘 말로 치면 학생시위가 벌어진 셈이다. 그들의 말은 ‘기회의 균등’ 차원에
서 한성시를 부활해달라는 것이었다. 세종의 아버지 태종 때에는 성균관 유생들
만 과거를 치를 수 있는 관시(館試) 이외에 서울 각 지역에서 공부하는 모든 학생
들이 과거에 응시할 수 있는 한성시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듣고 보니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더구나 “뛰어난 인재가 어찌 관시에서만 나
오겠느냐, 밝은 사람을 밝혀내고 숨어있는 이를 드러내어 어진 사람을 세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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